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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웨이 캘러웨이

캐서린2007-08-20 01:13조회 436
나에게는 목적이 없다. 의미도 없고 삶도 없다.
씹다버린 껌처럼 나의 주제는 단물 빠지고 퇴색되서
저기 어디 빗물 펌프장의 벽에라도 붙여놓고 나온 심정이다.
불과 2일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꿈이란게 있었던 것, 같다.

바스켓볼을 한다. 럭비같은 바스켓볼.
눈사람의 머리를 옮기듯 두 손 고이 공을 받쳐서,
드리블없이 공을 던져본다. 슈우웅. 노골. 아, 죽었다.
젤다의 전설의 링크가 몬스터의 몸에 부딪힌다. 하트 하나의 데미지를 입는다.

"내 꿈은.
가령, 아이돌의 사진 같은 거예요"

참,
나는 오타쿠가 되어버린 걸까. 아이돌을 좋아하고
라면을 좋아하고 청량음료를 좋아하고 하릴없이 모니터를 쳐다본다.
언뜻 모니터 옆 책장에 튀어나온 만화책을 재정리하는 작업에서 책을 발견한다.
옛날에 구입했지만, 처음보는 난생 희귀한 만화책이다.
그곳에는 목적없고 삶이 없고 방금 바스켓볼에서 노골을 한 개가 주인공이다.

"왈,왈, 왈"

짖어보지만 만화책 속으로 들어가지진 않는다.
역시 내 소원은 이루워지지 않는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녹차와 삼각김밥 몇개를 싸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문득 알 수 없는 영감에 휩싸인다.
그것은 길에 관한 명상, 같은 것이다.

커다란 책장으로 이루어진 길.
세계, 아니 우주의 온갖 책들이 징집된 길이다.
지나가는 곳마다 책이 구비되어 있고,
나는 눈을 감고 그 중에 하나를 집어든다. 책.
내용이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원없이 선택할 수 있고,
한 번 결정한 책은 취소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 결정되면 나는 책장의 길이 끝날 때,
그 내용대로의 삶을 살아야한다.

생각이 끝나자 내 미소는 잉크가 되어 넓게 번진다.
정해진 삶.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을까.
사건과 사고와 목적과 꿈과 대인과 인과가 운명에 예속된 인생.
나는 그것을 바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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