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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기

캐서린2007-08-28 12:27조회 399추천 1

오랜만에 개강이다. 나에게는 3년만이다.
3년만의 대학은 딱 3년만큼의 무게를 실어서 나에게 드롭킥을 날린다.
나는 2년 동안의 군생활로 다져진 노하우로 드롭킥을 피한다.
그러고 나서 남은 1년은 뭘했지? 생각한다.

할일은 많은데 인생은 짧으니 그냥 사세요, 라는 식의 말을 하듯,
대학교 교재는 처참하게도 첫장부터 알파벳으로 기름칠되어 있다.
나는 그것을 북북 찢어서 북이라도 만들고 싶지만,
돈이 아까워서 손으로 몇번 쓰다듬고 만다.

비가 와도 날씨는 덥다. 비를 맞아도,
보일러 다이얼을 30도 정도로 맞추어놓고 내리기라도 한듯,
빗물은 내 뺨에 달라붙어 따가운 온기를 내어놓고 장렬히 증발한다.
차라도 마실래? 나는 티백을 종이컵에 놓고 빗물을 받아 친구에게 권한다.

쿵쿵쿵, 마른 벼락이 3단계에 걸쳐 울린다.
소리만 컸지 나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는다.
항상 그랬다. 벼락은 나를 때리지 못했다. 그저 울리거나, 반짝였을 뿐이다.
이젠 맞아보고 싶다. 맞아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었다. 제우스라는 신은 음탕해서 여러여자를 후리고 다녔다고 써있다.
나는 그런 제우스를 존경했다. 나도 백조나 뭐라도 변해서
내 뺨을 반나인 여자의 옆구리에 비벼도 보고 싶지만,
내 앞에는 그저 백조의 얼굴이 그려진 인형탈이 놓여 있을 뿐이다.

어학공부가 필요할 것 같았다. 죽는것과 책보는것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난 약간 고민하다가 죽는걸 선택할 정도로 책을 싫어하기 때문에
책이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펜팔이었다.
인터넷에서 어떤 야릇한 사이트를 찾았다. 외국인과 사귀기가 목적인 사이트다.

이러저러해서 가입을 하고 나는 로그인을 때린다.
인생중 한번도 맞지 못한 벼락처럼, 혹은 제우스의 음탕함처럼,
드롭킥의 대학이나 알파벳의 교재처럼 나는 알쏭달쏭한 감정이 되고야 만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여자들의 얼굴이란 게 대개 그랬다.

하긴, 하고 나는 풋풋 김빠지게 조악거렸다.
내 얼굴도 누군가가 보면 알쏭달쏭해하겠지.
나는 또다시 자학이다. 자학은 쾌감이 없다.
남 흉보는건 쾌감이 있지만 자학은 언제나 고통과 외로움만이 남는다.

빗방울이 보이지 않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뻗는다.
눈을 감고 있자면 마치 샤워하는 느낌이다. 30도의 온도다.
나는 샤워를 받으며,
하늘 어딘가에 계실 제우스가 벼락이라도 내려줬으면 하는 감정이 된다.

사람이 벼락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
만화처럼 잠시 반짝반짝거렸다가 구이가 되는 캐릭터를 나는 떠올렸다.
정말 그렇다면 나는 반짝이고 싶다. 반짝여서
지구 어딘가를 내 몸으로라도 비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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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radio star2007-08-28 13:13
내모습을 보는듯한... 하지만 난 2년..
어흥2007-08-29 11:16
저도 어학이 흑흑orz 게다가 제2외국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