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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해라

캐서린2007-09-30 06:35조회 460추천 10
북한에서는 명절에 번지점프를 하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한복을 입고 세배한 후에 곧바로 개성호수를 경유하는 버스에 오르는 젊은이들.
요즘 TV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얼마전 당에서는 혈기왕성한 동무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평양 중앙공원에 60층에 걸친 대규모 번지점프 공사를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8월, 공사는 완료되었고 다소 비싼 이용료를 내면
공식 개장 이전에 선착순으로 번지점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평양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리영민은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엑스스포츠 매니아였다.
라고는 하지만 '자칭이었고 황해도 해변에서 뱃살을 이용해 파도를 몰래 타본다던가
망치와 장도리를 들고 암벽을 오르는게 전부였다.

아무튼 리영민은 그동안 구두를 닦으며 모은 돈을 번지점프 입장료 사는 데 써버린다.
두근두근. 가슴 졸이는 번지점프 타기 전날. 리영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그는 번지점프의 60층, 상공에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었다.
반팔차림의 조교동무가 영민의 얼굴을 보고 희죽거렸다. 동무, 빨간 선 앞으로 서시라우.
START라는 글씨를 밟고 선 영민은 자신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알지 못했다.
구름이 이따금씩 그의 볼을 간지럽혔다.

자, 하나둘셋하면 뛰는기야, 알겄어?

하나, 둘, 셋. 잠푸! 영민은 냅따 뛰어 공중을 밟았다.
그리고 곧바로 머리부터 추락했다. 바람이 그의 눈꺼풀을 밀치며 부딪혔다.
와아아아악! 평양의 도심에 못을 박겠다는듯, 영민은 격하게 곤두박질쳤다.

일전엔 느껴보지 못한 새로움이, 대학생 리영민의 동맥에 리듬을 싣기 시작했다.
울컥울컥. 흥분이 입밖으로 삐져나왔다.

팽. 하고 다리에 묶인 줄이 팽팽해지고,
곧 영민은 보트를 타고 안전하게 육지로 올라왔다.
자기 뒤에 줄서있던 여성동무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리고 있었다.

리영민은 번지점프대 바로 옆에 위치한 공원 벤치에 앉았다.
갈증이 났지만, 신선한 바람이 목구멍으로 넘어오자 금새 잊고말았다.

"아저씨동무..."

누군가 옆에서 영민을 불렀다.
작고 왜소한 사내였다. 동갑쯤으로 보여서 영민은 편하게 대꾸했다.
"뭡니까 동무"

"재밌습니까. 저거."

"기절할뻔했수"

"무섭다는 뜻입네까"

"뭐 비슷합네다"

"내가 요즘 삶이 고단하고 심심해서
뭔가 재밌는게 없나 찾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바로 저게 있지 않캈수?"

"네"

"그래서 타려고 갈라끼니까니,
요금이 너무 비싸서..."

"뭐 어쩔수 없지요. 나중에 싸지거든 그때 타면 되지"

"언제 그렇게 될것같수?"

"그야 모르지요"

"....."

"....."

"내는 캐서린이라 하오"

"....."


심심해서 신도림역앞에서 스트립쇼라도 하고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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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wud2007-09-30 15:23
와 간만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네요^^a 잘읽었습니다.
램브2007-09-30 17:34
내가심심하고지루하고허망할때마다외치는한마디...
무미건조한일상은절체절명의위기가아니다...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