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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bage - I think I'm paranoid

Sartre2007-10-12 04:26조회 497추천 6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살다가 우연히 몇년전에 한참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아주 사소한 기억과 상황, 기분, 심지어는 그때의 향기까지 기억이 나는것이다.


예를들어 서블라임의 2집을 들으면

꿈에 부풀고 환상에 젖어 두근거리는 맘으로

-물론 한달도 되지않아 별 거 없음을 몸소 느꼈지만-

생전 처음 대학교란 곳을 등교할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아침 10시경, 너무나도 적당한 햇볕과 시원한 공기, 내가 입고 있는 얇은 자켓과 컨버스 신발. 하숙집에서 학교 까지 가는 5분걸리는 아주 조용한 거리의 냄새와 도둑 고양이들. 거리 중간중간 심어져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가 유난히도 짙은 녹색이던..'

정도까지.



머리가 나쁘고 -난 지능이 상당히 낮다-

특히 기억력이 엄청나게 형편없기로

주위에서 'Two Thumbs up'을 할만한 나로써

나의 뇌가 나 자신을 배반하고 놀리는듯이

중요한것은 모조리 까먹은채

이런 굉장히 쓸데없는 것만 기억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곤혹스럽고, 무엇보다도 열받는 일이다.



물론, 다른 '음악-기억'의 레퍼토리도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정도로 많다.


'오케이 컴퓨터'를 들으면

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셔틀버스에서 어디에 앉아있었는지, 어디쯤을 지나고 있었는지,

셔틀버스를 내려서 어느쪽 길을 걸어 집에 들어갔는지 까지. 장면장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며


'키드 에이' 앨범은

고3, 중간고사가 얼마남지 않은 시절

그날 오후부터 정말 우연히 보기 시작했던

-사실 친구가 그저 야하다길래- '상실의 시대'가 너무 재미있는 바람에

기숙사에서 날을 새가며 이 앨범과 함께 다 읽어버린 기억

그때 마셨던 일회용 커피. 머그잔. 그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부었던 정수기.

그 정수기까지 가기 위해

은폐엄폐, 기도비닉을 유지하게 했던 사감선생까지...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는

폴 앵카의 '다이아나'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 부모님이 사이먼 앤 가펑클을 듣기 위해 산 '흘러간 팝 명곡들' 테잎에 있던 노래였는데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선방송으로 '철인 28호'를 틀어놓고

지금 생각하면 80년대 여배우의 립스틱 색보다도 더 빨갛고 촌스러운

골드스타 카세트 테잎 플레이어를 끌어안은채

그 노래, '다이아나'를 듣곤 했었다.



어린 아들이 노래 듣는다는데 굳이 말릴 부모야 없겠지만

거의 하루종일 질리지도 않고 반복해서 들었고

거기에다 너무도 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에

-물론 그때의 나는 영어가 어느나라 언어인지도 몰랐다-

나만의 리슨&리핏을 하며 따라 부르곤 했었는데,


더 이상은 공해라고 생각하셨는지

옆에서 마늘을 까던 어머니가

"넌 그게 무슨 말인지나 알고 따라 부르는거냐?"

라는 '놀림 칠할에 쿠사리 삼할'속성 발언에

굉장히 창피했던 기억까지 너무 생생히 난다.

덧붙여 그때 짜증났던 마늘 냄새까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자동 연상'이 나만의 상당히 은밀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무의식 깊숙히 박혀 있었는데

언젠가 한번 예전 여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수줍어 하며 -약간은 죄를 고백하듯이- 넌지시 한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조금씩 다 그렇지 않아?

그건 그렇고 이젠 내 생일하고 우리 기념일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줘야 하겠구나.."


라고..제법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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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새턴링즈2007-10-12 23:35
저도 그런거 많아요. 노래와 관련된 기억은 영상을 보는 것 같은 기억으로 또렷하게 남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