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컨츄리
캐서린2007-11-13 12:19조회 412추천 12
분홍 점퍼를 입고 갈색토끼 머리 털슬리퍼를 신은 노숙자,
이번달 들어 3번째 보는 아저씨가 낮시간의 1호선 열차를 횡단하고 있었다.
세번 모두 같은 차림이었다.
분홍색 이불,과도 같은 분홍색 점퍼가
아저씨의 몸을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있었고
거무튀튀한 피부가 살짝 드러나보이는 발목 밑엔
털슬리퍼가 된 토끼얼굴이 소리없이 구슬프게 울고 있다.
탁구공을 따라가는 눈동자처럼
나는 아저씨의 발걸음을 착 달라붙어 쫓았다.
시큼하고 구릿한 냄새가 뒤늦게 노숙자의 등뒤를 뒤따르자,
승객들은 파도타기하듯 코를 킁킁거리거나 손으로 막거나 했다.
문득, 고등학교때 노숙을 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해가 중천에 떠도 날이 따뜻해지지 않던 날이었다.
나는 교복차림으로 온수역 앞 빌딩 3층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잠이 들었었다.
그렇게, 추운것도 모르고 자고 있는데, 윗층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삭의 여자와 그녀의 딸이 검은 봉지를 들고 밖을 나서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대로 계단에 앉아서 태연한척 휘파람을 불었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휘파람의 멜로디는 그것이었다.
만삭의 딸은 내 휘파람 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 엄마는 옆에서 쉿, 쉿, 거리면서 노래를 막았다.
분홍점퍼의 노숙자가 지나갈때
나는 소리나지 않는 휘파람을 불렀다.
떴다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노숙자아저씨는, 정말, 내 노래를 따라,
높이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나도, 휘파람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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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노숙 참 많이 했었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