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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Rayna2007-12-01 12:02조회 495추천 6

반강제로(?) 끌려간 병실에서 열흘쯤 코박고 자다가, "우리네 음지에서 고생하는 동지들끼리 술 한잔 해야지"란 처부장의 권고로 돌연 알콜을 삼키고, 그렇게 퉁퉁 부은 볼살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안고 퇴원하여 12월을 맞았다. 12월을 맞기까지 이곳엔 세 번의 눈과 세 번의 비가 내렸고, 눈과 낙엽을 쓸어내리기 위해 열 댓번은 빗자루를 들어야 했다.

어제 일은 그냥 잊고 싶다. 해 지면 허둥지둥 집에 간다고, 다음날 아침까지 저들이 벌려놓은 일들 마무리하는 계원의 고생거리들은 누구하나 껴안아준 적 없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우리네 음지에서 고생하는 동지들"이냐. 시덥잖은 술자리가 막장에 다다랐을 즈음에 온 혈관 구석구석에 퍼진 짜증을 담아 몇 마디 했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별 얘기 안 나오는 걸 보니 금세 잊은 모양이다. 아직까지 '불경죄'로 피해본적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지난 주에 서울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법당으로 위문 공연을 왔었다. 어찌어찌하여 두 팀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모두 평균연령 17.5세의 여고생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훈훈하구만..), 마지막으로 봤던 밴드팀이 참 좋았다. 군부대는 처음이라고, 아저씨들 무섭다고 몸을 사리던 아이들이 기타를 잡고 마이크를 들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그래, 린다린다. 무슨 가사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여기 수백짜리 내 또래 군상들이 방방 뛰는 모습은 참 생경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대견했다. 저렇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에게 활력이 되어주고, 스스로도 그 희열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내년 봄기운이 가실 무렵이면 저 앞의 무대에 내가 서있을 것이다. 그때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앵콜을 끌어내는 당돌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마이크를 앞에 대고, 기타 줄을 퉁기면서, 이따금 lnnl 요렇게 손을 들어보이는 매너도 잊지 말아야지.

나날이 똑같은, 소모적인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무의미하다는 핑계로 요즈음엔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무언가를 써 남기기 위해 소모적인 일상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느니, 그런 일상을 조금이나마 덜 소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계기나 시도들을 탐색하고 그들에게 의미를 조명하는 편이 더 낫다. 그날은 확실히 그랬다. 일상 너머의 작은 기적이 필요한 때다. 린다린다..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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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tubebell2007-12-01 12:56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김~ (응?)
철천야차2007-12-01 17:25
별이형 린다린다린다 영화 보신거죠? 으흠 ㅎㅎ
그 여고생들 기특하네... 린다린다린다... 음음...
보컬은 배두나 닮았었으려나...... ㅡ.ㅡ;;;;;;
Rayna2007-12-02 07:10
배두나..는 무리고; 대신 보컬이 마에다 아키 양을 쏙 빼닮았었음..(헤죽)
악!!2007-12-03 00:30
여고생은 것도 군대에 온 여고생은 누굴 닮아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