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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

캐서린2007-12-18 12:25조회 377추천 9
25일에 일본에 갈 계획이다.
비행기 티켓값만 갖고 조촐하게 떠나는 '(선물은) 묻지마' 관광으로,
2주 동안 머물 예정인 교토댁 주인은 벌써부터 투덜일색이다.

"뭐 사가지고 올거야?"
"어, 나 먹을 고추장하고 나 쓸 화장품이랑 나 입을 옷하고 또..."

물론 마음이야 금송아지 한마리라도 사서 가고 싶지만
스스로도 뻔뻔스럽게 '제일 큰 선물은 바로 나' 라는 모토를 앞세워
저비용으로 여행해볼 생각이다. 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올해 크리스마스와 내년 정초는 악운이 계속되는구나"

라고 돌려서 투덜거렸다. 나는 미안한 마음도 없이 크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 음식 재료라도 싸들고 가서 불고기를 만들어주마 말했다.
좀처럼 언짢은 기분이었지만 이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반 정도 풀어줄 수 있었다.

2005년에는 교토의 신사와 길거리를 혼자서 거닐며
가뜩이나 외로운 마음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드는가 하면
여행중에 내가 아끼는 검은 챙모자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어떤 것을 고를지 몰라 코카콜라 맛있다로
찍은 라면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으며
여자친구의 아버지와 가라오케서 노래를 부르다가
목소리가 '삑사리'나서 엄청 창피했다는 등의 기억이 있다.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으니까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해지면서 벌써부터 여독이 생긴다.
이번에는 파칭코를 하거나 온천에 몸뚱어릴 담거나 하면서
천천히 시작죽이고 싶다. 

중고레코드샵에 가서 앨범을 한움큼 집어서
계산대에 가져갔다가 도로 갖다놓기 놀이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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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D2007-12-18 16:45
재밌겠어요- 일본에 갔었을 때 가라오케 안 가본 게 후회네요-
그나저나 교토댁 부인님도 오시는 거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분명..
이라고 생각해요. 아님 말구-
철천야차2007-12-19 10:40
저 선물로 DSLR 아무거나 좀 사다주세요
캐서린2007-12-19 14:31
얼마예요 그거? 한 500원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