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했다.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안팎에서 나날이 파고를 높여가며 출렁였던 온갖 광풍들에 멀미만 일으켰다. 사람과, 사람 사는 곳, 그 너머의 어떤 이상향들을 향해있던 막연한 신뢰와 기대는 일상 곳곳에 널부러진 크레바스에 걸려 여지없이 무너졌으며, 그때마다 유약해진 감성을 핑계로 이사람 저사람에게 매달려 위로를 구걸했다.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밟혀본 적 없어 삐죽삐죽 웃자란 녀석, 강심장인 척 오만을 부리다 이렇게 수 번을 무너지고 나니 나 자신이 어느 정도 되는 인간인지 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죄스럽다.
그래도 이렇게, 아직은 죄스럽다 고해를 전할 사람이나마 있으니 다행이다. 어차피 다같은 사람이라고.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소중한 거라고" 다독이는 분들 있어 참 고맙다. 같이 보듬고, 다독이면서 앞으로를 살아내면 그로써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승자독식의 이 칠흑같은 시대를 사는 오늘, 시름이나 절망 따위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잠식당하지 않게. 더 올곧게, 차분하게. 초심을 다잡는 새해가 되었으면.
"keep calm, and carry on"
거기 당신들이 있어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근하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