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며칠동안
밥, 군것질, 엄마 잔소리를
공룡처럼 집어먹고선
화장실에 갔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느낌.
같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큰일'을 보았는지 '작은일'을 보았는지 헷갈릴 정도로
빠른 작업속도를 가진 나였지만
이번엔
개인적으로도 만족할만큼
상당히 원활하고 빠르게 '큰일'을 마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박'의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을 내리기 직전에
변기안을 힐끔 바라보고선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가감없이 말씀드리자면
일단 조금의 휘어짐이 없이 대쪽처럼 곧은 모습이었습니다.
'큰일'을 보다가 정말 '큰 1'을 보게 된거죠.
한쪽 끝은
그안에 들어오는 모든것을 빨아들인다는
'변기의 블랙홀' 입구에 이미 그 몸을 걸쳐놓고 있어서
그 끝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으며
나머지 한쪽끝은
잔잔한 수면위로
중지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그 머리를 여유롭게 내어놓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쪽이 머리인지도 모르지만)
손목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라고 하기엔 모자람이 있고
(제 발길이는 280이며 발길이와 이 길이가 같다고 하죠)
무릎부터 발목까지의 길이라고 하자면 약간, 아~주 약간 과장일려나?
하는 정도의 길이였습니다.
두께로 말하자면
정말 이런 비유를 하고싶지는 않지만
이것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도 없을정도로
정확히, 김밥의 그것.
맨 처음은
'웅장하다'란 생각이 들었고
이어 '경이롭다'란 생각이 들었으며
'아름답고 귀엽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마치 '나 자신의 일부'란 생각과 '내 자식같다'란 생각의 그 중간적인 느낌이 났고요,
동물원에서 거만하게 몸을펴고 누워있는 구렁이의 느낌.
하지만 그 구렁이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핸드폰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찍으려고 보니
나조차도 모를
막연한 '양심의 가책'같은게 느껴지는 겁니다!
더군다나 여자친구가 내 핸드폰 사진을 자주 보는데
그런 사진은 내 중학교 졸업사진 만큼이나 보여주고 싶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하지만 찍지 말자니,
내 생에 조그마한 기네스이라면 기네스일수도 있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이대로 기록없이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기엔 너무도 아깝고.
'아 어떡하지' 하면서
'엄청난 것'이 담긴 변기안을 바라보며
한 5분동안을 고민했습니다.
결국은
밑도 끝도 없을 이상한 '양심의 가책' 비스무리 한 것 때문에
변기 버튼을 누르고
그 '괴물'녀석과 작별하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다시 아쉽네요.
차라리 엄마를 화장실에 불러서 보여준 뒤에
증인으로라도 삼을걸 그랬습니다.
그럼 또 뻘짓 한다는 엄마 잔소리를 무럭무럭 먹고 자란
또 하나의 '거물'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