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어떤 아프리카 원주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중 하나가
한 원주민이
수많은 벌들의 공격을 받아가며
힘들게 따온 벌집을 먹는 장면이다.
채 도망가지 못하고 벌집에 남아있던 몇마리 벌들은 신경쓰지도 않고
두 손으로 우왁스럽게 그 벌집을 쪼개보면
꿀이 뚝뚝 떨어지고,
한입 가득 베어물은 원주민은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같이 체험하러 갔던 리포터도 한입 받아 먹은 뒤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와 저 벌집이 정말 별미더라고요"란 말을 했었다.
꿀이야 어렸을적에도 먹어봐서
궁금한건 없었으나
'꿀이 있는 벌집'은 과연 무슨맛일까 굉장히 궁금했었다.
아마 바삭바삭한 과자같은 느낌이 아닐까
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아니, 티비에 나왔던 벌집의 꿀조차도 내가 먹어본 꿀과는 다른 맛일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10년을 넘게 살았다.
그리고 오늘
집안 구석에서 우연히 벌집상자를 보게 되었다.
설날 선물로 누구에게 받았다는 벌집 상자.
정사각형의 나무테두리에
내가 어렸을적 티비에 보았던 그 벌집이 들어있었다.
정신없이 뜯어내고
티비에 나온 원주민이 그렇게 했듯이
손가락으로 푸욱 집어서 입에 넣어보았다.
'이건..이건..'
어렸을적 함부로 먹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들어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멀었던,
어릴적 금기와 터부의 상징이었던,
'동서벌꿀' 유리병에 담긴 그 꿀과 똑같은 맛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 날 정도로 똑같은 맛이었다.
게다가 그 벌집 자체는
바삭바삭하지도, 그렇다고 쫀득쫀득하지도 않는 밍밍한 종이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입안에 넣고 있어도 결코 녹지 않는다-
'아 이딴거에 환상을 품고 살아왔구나'
망할놈의 매스미디어.
과장빼면 시체에 불과한 리포터 자식.
어린시절의 나에게
거짓된 환상을 심어준 그 리포터를 잡아다가
물은 한방울도 없이 끈적끈적한 동서벌꿀 한병만 안겨서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뜨리고 싶어졌다.
↑요런 리플이 달고싶어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