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캐서린2008-04-16 16:28조회 422추천 6
지난 4월 12일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생일이었다.
우유를 팩으로 벌컥벌컥 마시다가
문득 그게 생각나서 반절을 입밖으로 쏟아냈다.
아 맞다.
입밑에서 턱까지 흐른 우유자국이
방울이 되어 발가락 끝으로 떨어질 때까지
난 조용히 이 말만을 되뇌었다.
방금 막 갠 갈색 티셔츠를 새로 갈아입고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러고 나서 두어번 망설이다가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국제전화 서비스와 국가번호까지 합치면 숫자가 12개도 넘는데,
내 손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본능적으로 숫자판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이상하게, 창피했다.
파란색 통화버튼이 빛을 발하며 눌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것만 누르면 저 멀리,
일본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그녀의 목소리가 예까지 닿을 것이었다.
엄지손가락이 빙빙 맴돌았다. 나는 결국 누르지 못하고 플립을 내렸다.
그 날 밤에 지금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주저없이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가볍게 듣는 팝음악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통통 튀었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툭툭 일으켜져서 12일은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잊어버려야지, 생각했다.
항상 생각했고, 헤어졌다라는 말 천번도 넘게 되풀이했지만
이상하게, 창피하게, 빙빙 맴돌게, 나는 아직 우리가 '멈춰있을'뿐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건물이 세워진다.
저 멀리의 그녀는, 이 건물 어딘가에 살고 있겠지, 믿고 싶다.
난 한층 한층 계단을 올라 수천개가 넘는 방을 뒤적거릴 것이다.
또 다른 4월 12일이 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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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sleep2008-04-17 05:01
4월 12일은 저의 군입대일.. 잊혀지지가 않아요.
골방철학자2008-06-15 16:34
스..스..슬..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