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부터 내게는 어떠한 일의 향방을 가정하면서 일단 안좋은 경우들부터 계산하고 걱정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고, 그렇게 '설마' 하며 넘겨왔던 안좋은 예감들은 대개 수 일이 지나 들어맞는 섬뜩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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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대해 결단을 내리겠다",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대의민주제에 대한 무지의 정도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쇠고기 협상을 비롯한 한미FTA건, 대운하 사업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도/전기 민영화와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 대부분은 지엽적인 산발성 정책이 아닌 국가적 중대 사안이자 그를 반영하는 정책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와 산하 기관은 일반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의회나 시민단체와 같은 수단을 우회하여 이러한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왔고, 정책 수립 및 추진과정에서의 비민주성에 대한 반대여론을 배제한 상태에서 뒤늦게 '대국민 담화'나 '호소문'의 형식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사후적 행태에만 열중했다. 독선적 권위가 민주적 소통과 절차를 압도하는 실정에서 현 상황은 지배계급에 올라선 특정 이익집단에 봉사하는 행태를 "선진화를 위한 국익 차원의 결단이며, 정당한 통치행위"라 강변하는 정부의 패착이 어느 지점까지 다다랐는가를 가늠하는 지표라 할 수 있겠다.
10일 아침부터 줄을 지어 세종로를 막아선 컨테이너 적하장은 그만으로 3년 전 부산에서의 모습을 가감없이 빼닯았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슬래브촌에 가림막을 세우고, 벡스코로 향하던 사람들에게 컨테이너 장벽 너머로 살수차를 동원했던 '그때 그시절'을 어청수 경찰청장은 2008년 광화문 사거리에서 재현하려는 듯 하다. 하나하나 끄집어낼 것을 대비하여 용접까지 해두었다는, 이순신 상 아래 컨테이너들이라니. 앞으로도 그 유례가 흔치 않을(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복고적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오늘도 간다. "캡 모자 눌러쓰고 촛불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