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가도 미세한 먼지처럼 여겨질 만큼 커다란 공간에 머문지도 6개월이 넘었다.
한달에 20만원. 이곳에서 학생들의 영상편집 일을 돕는게 내 근무 목적이다.
일하고 싶다, 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방학이 되면 연구실은 텅 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컴퓨터를 켠 다음 보온병에 담긴 녹차를 한모금 마시면
시간이 얼어버린 듯 차갑게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꽁꽁 묶이기 시작한다.
창문이 있어도 한번도 열지 않아 차라리 벽이라고 해도 좋을 면을 쳐다보았다.
3층 대학 건물의 창밖으로 자그맣게 드나드는 햇빛이 포자처럼 내 몸을 뽀얗게 감쌌다.
나는 그런 빛의 흐름을 와인처럼 눈으로 주욱 들이킨다.
티백 2개를 넣었던 녹차를 전부 마시고 나서도 목이 말랐다.
보온병에 찬물을 채우려 연구실 밖을 나섰을 때,
복도 저쪽 끝에서 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내 또래로 보이는 남녀가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취한 냄새가 100미터 정도 멀리 떨어진 내게서도 풍겼다.
둘을 보고서, 나는 물을 담으려는 보온병을 바닥에 놓고 연구실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 남들이 키스를 하든, 껴안든.
하지만 자꾸 책상 위에 놓여진 핸드폰을 쳐다보게 되는 건 왜일까.
나는 핸드폰의 플립을 열었다.
며칠전에 헤어진 그녀의 사진이 덩그러니 붙어있다. 그녀는,
새하얀 뺨과 작은 눈이 매력적이 여자였다.
취향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내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여자였고,
토라질 때마다 내뱉는 높은 음의 말투가 귀여운 여자였다.
나는 액정화면에 입을 가져갔다.
입술에서 밝은 빛이 뿜어대는 전자적인 온도가 느껴졌다.
그녀가 그립다. 키스가 그립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혼자말을 하고 난 뒤에야,
캐서린 넌 정말 한심해, 바보 병신아 라고 소리내어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