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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나름의 소견을 올립니다.

Rayna2008-07-06 22:17조회 811추천 27

어떤 사안에 관하여 자기 견해를 개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사안의 쟁점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주요 용어들에 관한 개념 정립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그 사안의 발단은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가에 관한, 팩트에 기반한 정황 파악도 함께 선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단편적인 비난조의 피드백, 핀트에 어긋나는 오해들을 넘어 진솔한 의견 교류가 가능하겠지요.

제가 이런 말씀을 미리 드리는 이유는, 馬군님께서 남겨주신 글이 그 자체로 굉장히 다양한 사안들(특정 신문매체들에 대한 광고중단압력, 촛불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그에 편승하여 '파업을 일삼는 집단들'에 대한 견해, 촛불집회 자체의 '과격시위화'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괄하고 있는데 반하여 각각의 사안들에 대한 정황 파악의 근거가 부실할 뿐 아니라, 조선일보가 종종 차용하는 진보-보수 프레임에 관한 개념 자체가 크게 결여되어 있는 상태에서 조선일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표명하시면서도 그들의 논조를 글의 주요 논거로써 인용하고 계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1.

정치학적인 개념을 덧대어 (아주 거칠게) 설명하자면, '보수'란 이념은 일반적으로 가정과 국가, 민족과 같은 공동체 집단의 사회적/구조적 응집력을 주요한 가치로써 중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권위'로 상징되는 공권력과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이념적 가치 역시 근본적으로는 '보수'에 맞닿아 있습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제 1명제는 "내 아이, 내 가족에게 광우병 위험을 내포한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것이며, 이렇듯 민감한 사안들을 정부는 반대여론을 철저하게 배제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뒤 '대국민 담화' 정도로 변명하는 수순을 밟아왔다는 '팩트'에 그 분노의 근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조선일보나 중앙, 동아, 한국경제/매일경제와 같은 신문매체들이 '보수적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언론이라면, "국민의 건강권"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굴욕적인 수준의 협상안에 이렇다 할 개선책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검역권 마저 미국 민간업자들에게 넘겨줬으며, 미국 스스로 '논의' 수준으로 표명한 안을 국내에서 '90점짜리 재협상안'으로 호도한 외교통상부와 농림부에게 우선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폭력, 비폭력 논쟁과는 무관하게, 이들 매체들은 정부 대신 촛불을 든 국민들을 상대로 날을 세웠습니다. 그들 스스로 노무현 정권 당시 광우병 문제를 특집기사로 다루면서 미국 쇠고기 수입 건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한 사례가 있음에도, 정권이 바뀌면서 고작 6년 만에 논조를 뒤엎은 셈입니다.

2.

"예전 황우석 사태 때 PD수첩에 대해 지금과 비슷한 네티즌들의 광고중단 압박이 있었고, 그때 조선일보를 비롯한 자칭 '보수 매체'들이 그 광고압박에 대해 동의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던" 사례에 대해서는 더 길게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여건이 되신다면 조선일보 05년 11월 25일자, 05년 12월 8일자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단체 간부들이 그들의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 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민단체 등의 정당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시민단체의 간부들의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 100분 토론에서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송호창 변호사가 "마이클 잭슨 공연 반대 사건"을 거론하며 불매운동의 위법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해당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서 보듯, 공익목적을 관철한다는 조건과 불필요한 폭언이나 관계자 신변 위협 등의 '위법적 요소'를 삼가는 조건 하에서 광고 불매운동은 합법적인 소비자 주권 운동입니다. 위에서 거론하신 '테러 수준'의 압력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비판할 일이지, 불매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공공복리에 크게 반한다"는 것이 정의되지 않는 이상 기업에게 강요할 수 없는 문제임을 말씀하셨는데, 언론매체가 사회 내에서 갖는 공공성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말씀하신 "공공복리"라는 가치의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광고 불매운동의 '위법성' 논증에 매일같이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그들 스스로 천명하고 있는 "공공복리"를 준수하고 있을까요. 7월 2일자 신문에 실린 의견광고 "폭동을 응원하는 MBC와 천정배 의원은 國法이 두렵지 않은가?"와 바로 그 위에 실린 사설("이번 광고주 협박사태를 보면 인터넷 폭력과 사이버 테러를 더 이상 포털들의 자정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을 보자면 "공공복리"라는 표현이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3.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정치적 이익단체들이 '순수한' 촛불의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십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을 띈 단체"든 "정치적인 목적으로 촛불집회를 이용하려는 단체"든, 1번 단락을 통해 말씀드린 바에 기초하자면 위와 같은 표현은 사실 맞지 않습니다. 촛불집회 자체가 원론적으로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정치란 그 자체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일반적 규칙을 만들고 보존하며 수정하는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지, "'순수'하지 못한 당파적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나 언동"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다른 생각, 다른 견해라 하여 매도당하지 않고 존중받길 원하신다는 馬군님의 다원주의적 견해와 위에서 언급한 '정치'의 개념을 확장시켜 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사회 내에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있습니다. 저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추구하는 이익의 개념이 상이하며, 이로 인해 갈등과 조정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이러한 이익집단들도 그들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 사회가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적인 가치, 즉 '공공선'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연대하고 뭉치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지지를 얻기 위해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를, "자기들 일이나 할 것이지 엄한 핑계대고 나선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파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업 그 자체는 노동쟁의 행위로써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행위입니다만, 그러한 이익행위를 넘어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공공선'의 가치를 구현하고, 그러한 정치적 문제에 관해 자신들의 주장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현행법상 정치적 목적의 파업은 불법입니다만, 현 촛불집회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등의 합법성 여부에 관한 견해는 나중으로 미뤄두겠습니다.

4.

촛불집회에 관한 공권력의 강경진압 건에 관해서는 별로 쓸 말이 없습니다. 어느 단체나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개인으로서, 6월 4일 이후 이틀에 한 번 꼴로 현장에 다녀왔던 저로서는 "심하게 비정상적인 폭력시위"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논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잡담이며 경험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논리는 공론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정치가로서 그의 행적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말을 인용해 봅니다.

굳이 링크하기는 뭐하지만, 5월 24일부터 촛불집회 상황을 사진자료와 함께 일일단위로 기록하신 분의 개인 블로그(링크 걸려있습니다)를 쭈욱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촛불집회의 발전 양상과 더불어, 사태의 흐름을 되짚어 나가시는 데에도 비교적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5.

노동법에 따르면 '정치적 목적'을 표명하는 차원의 노동조합 파업은 불법입니다. 매일 저녁 촛불을 들고 모여 쇠고기 재협상과 불매운동, 정권퇴진 운동을 주장하는 집회는 도로교통법과 집시법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불법행위입니다. 따라서 법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행위들을 현행법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에 맞추어 남김없이 근절시키고, 그에 가담한 모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법은 최소한의 사회 규범이자, 국가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실현되는 규범임을 아시리라 믿습니다(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에 더욱 우선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이에 해당하며, 모두 헌법에 의해 그 근간이 인정되는 기본권들입니다. 현행 법률은 그 필요가 불가피할 경우에만 국민의 기본권을 '극히 일부' 제한할 수 있으며, 그 정도도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위에 열거한 노동법, 도로교통법, 집시법 등은 이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들입니다(그 훼손의 정도가 어떠한가를 서술하려면 공히 책 한권을 써야 할 것입니다. 하니 관련 서적이나 논문도 좋고, 위 내용을 간략하게 담은 인터넷 만화들도 많으니 권해드리겠습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닙니다).

해당 법률들에 관하여 기본권 침해 건으로 오래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대권과 지방선거, 원내 의석수 싸움에만 치중하는 입법부(한나라당,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따라서 이 두 정당을 각기 보수-진보의 잣대로 나누어 판단하려는 견해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두 정당이 걸어온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 보신다면, 실은 둘 모두 보수-진보가 각각 표방하는 이념적 가치와 별로 연관이 없는 집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입법부를 통한 삼권 분립이 무능화된 상황에서, 공권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작동하는 법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행정부를 장악한 일부 위정자들과 그를 보좌하는 극소수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기 십상입니다.

2008년 현재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가방과 몸을 수색당하고, 귀가길에 사복 경찰들에게 납치당하고, 앞줄에서 스크럼을 짜고 대치했다는 이유로 곤봉에 맞아 실려나가는 80년대식 '불법적' 진압 풍경이 단순히 강경진압 정도로 그려지는 것은 옳은 일일까요? 그러한 패륜적 상황에서 공권력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마지막 민주적 수단으로써 국민들이 행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시민 불복종'의 개념이고, 시청광장에 모였던 이들은 그러한 불복종을 60일이 넘도록 실천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합법/불법이라는 잣대로 사태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매우 단편적인 인식일 뿐입니다.

-

요즘같은 아레치 분위기에 이렇게 긴 본문과 리플을 보기도 오랜만인 듯 합니다. 공연히 끼어들어 분위기에 초를 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본문과 야차님의 덧글, visualpurple님의 덧글, 그리고 그에 이은 馬군님의 반론을 읽으면서 나름 느낀 바가 많아 몇 자 적는다는 것이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6

馬군2008-07-07 00:01
레이나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뭐랄까, 사회적으로 깊은 통찰을
하고 계시는군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시네요.
헌데 몇가지 수긍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간통죄 위헌 여부에 관한 레포트를 쓰면서 형법과 헌법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법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인 건
아실겁니다. 헌법은 통치의 기본원리를 담고 있구요. 그 기본원리에
바로 국민의 각종 '기본권'이 담겨있죠.

노동법과 도로교통법 집시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법학과지만 아직 배우지 않아
어느정도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헌데 법률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거든요.
(이 부분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네요.)
만약 도를 지나치게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게 먼저일겁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하지도 않았거나
헌재에서 위헌/합헌 여부를 판결하지도 않았거나, 위헌 판결이 났는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마냥 각종 법률들을 어기는 걸 합리화 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시 하는 법적안정성을 무너뜨려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죠.

진압에 관한 말씀은 유감입니다. 경찰이 '불법적' 진압을 했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 일부든 아니든 시위대가 '불법'을 행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랬다면 경찰이 행한 것은 불법적일수가 없습니다.
위법성 조각사유 중 정당행위에 해당하거든요. 또한 경찰이
불법행위를 방관하면 현행 법규상 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납치라는 표현자체도 과격하다고 생각됩니다. 주범/상습법이라고 여겨져
조사하기 위한 '연행'인 가능성은 아예 열어두지 않으시는군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부득이하게 제한하는 것은
실은 다수혹은 소수의 제 3자를(특히 선의의) 법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구요.

레이나님과 철천야차님의 글을 보고 사안에 대해 중립적이려고 노력했지만
제가 본문에서 말씀드린 많은 행태들을 보고 겪으면서 저도 색안경을 끼지
않았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고 있으며, 그 생각을 하게 해준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lec2008-07-07 04:11
'프레임'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군요. 저도 생각을 좀 정리한 뒤 글을 써보아야겠습니다.
Sartre2008-07-07 05:04
글의 내용과 크게 상관없는 질문이지만 '도로교통법'의 어느부분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괜히 비꼬자는게 아니라 제가 그쪽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서요...
Rayna2008-07-07 17:19
동생녀석 휴가라고 술먹고 흥청대는 통에 답이 늦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들에 대해서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Sartre님께서 말씀하신 도로교통법 내용에 관해서는, 집시법, 노동법과 함께 뭉뚱그려 단락에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일련의 오류를 범했음을 인정합니다. 그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기 보다는, 촛불집회 사안에 한정하여 그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써 악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행 법률이 부득이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당위에 관해서는 elec님이 써주신 답글에도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므로, 저는 원론적인 문제만 제기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미 제정된 실정법은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법 자체의 미비성이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 표출을 제한하는 수단으로써 악용되는 가운데 '시민 불복종' 차원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에게 법에 무조건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안정성의 차원보다는 법리적 폭력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문화된 법 조항이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법적안정성"을 토대로 "법치국가의 근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의 미비점이나 모순점이 야기하는 부조리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를 위하여 헌법소원, 위헌법률심사권 등의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법 조항의 제정과 개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입법부의 기능이 무능화된 상태에서는 이 제도적 장치들의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특정 사안에 대한 정당성을 단순히 합법/불법의 잣대로 판단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대체로 위와 같은 사유의 과정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 보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집시법 헌법소원의 경우는 현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사건번호 2007헌바22). 집시법에 관하여 위헌 논쟁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이유는, 이 법이 "집회나 결사의 자유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여기서 '허가'란 말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공권력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락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를 무산시킬 수 있는 내용의 집시법 제6조와 8조, 10조, 12조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제12조(교통소통을 위한 제한)의 경우 집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를 함께 덧씌울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처분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노동법과 집시법 등에 관하여 제기된 헌법소원의 사례들은 많으니 헌법재판소의 판례검색을 통해 알아보시면 되겠습니다.

끝으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가방과 몸을 수색"당한 사례는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기술한 것이고, "귀가길에 사복 경찰들에게 납치"당한 사례는 6월 27일 새벽 12시 30분경 시청 앞에서 홍대 방향으로 귀가하던 도중 제가 직접 목격한 사례임을 밝힙니다. 당시 '납치'에 동원된 차량은 경찰차량이라는 표식이 어디에도 없었으며, 현장에 있던 사복형사들 3명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로 귀가하던 분을 둘러싸 미란다 고지도 없이 차량에 강제로 탑승시킨 뒤 사진촬영 및 신분확인 등의 불법채증을 했습니다. 차량이 출발하기 전 지나가던 시민 분들에게 붙잡혀 간신히 무마되었습니다만, 이를 두고 고작 '연행' 정도의 고상한 표현을 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어떠한 근거로 "주범/상습법이라고 여겨져 조사하기 위한 '연행'인 가능성"을 제게 말씀하셨는지요? "경험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논리는 공론이다"는 격언을 재차 언급드릴 필요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진압과정에서 공권력이 보여준 폭력성, 불법성에 관해서는 elec님의 답글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으니 생략합니다.

현실 사회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들에 관하여 개개인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자기 견해에 관한 구체적인 논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편적인 비난어조로만 배설을 일삼는 행위는 마땅히 지탄받아야겠지요. 하루 페이지뷰 수만 천만 단위에 육박하는 곳에서의 대화가 도리어 상식선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가운데서, 이렇게 인터넷 공간의 변방이라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馬군2008-07-08 19:39
안녕하세요. 며칠간 인터넷을 제대로 할 기회가 오지 않아
Rh코리아에 접속하지 못했는데, 댓글들이 달려있군요.
역시 훌륭한 글들입니다.

조금 정리를 해보면서 말하죠.

저는 촛불집회 하는 사람들이 위법하다는 것이
아니라 촛불집회를 합법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에대 대해 레이나님께서 법률 위에는 헌법이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리들을 법률인 도로교통법 노동법 집시법이 침해하는 것이 많다.
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말이죠. 본문에서 악법에 대한 의견을 말했듯이
준법이란 '정당한 법과 정당한 법 절차'를 근거로 하니까요.
이에 대해, 저는 권리를 부득이하게 제한하는 것은 다수 혹은 소수의 제 3자(특히 선의의)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는 헌법소원같은 절차를 통해
해결할 일이다.(무턱대로 위에서 논의 된 법들을 악법이라고 할 근거가
없으니까요.) 그것이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에 위헌이라고
여기는 법들을 지키지 않는 일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라고 했습니다. 레이나님은 이에 대해 입법부가 무실화 되어있는 상태에서의
제도적 장치, 정당성은 합법/불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레이나님도 느꼈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와 사회속에서의 법에 대한 견해가 다르신 것 같습니다.
그 견해는 제가 정리한 부분에 나타나 있는 것 같구요.
제 생각에는 제 견해가 옳지만 레이나님 견해에는 레이나님의 견해가
옳겠죠. 레이나님도 법을 공부하신 것 같은데, 한가지 사안에 대해
~설~설 하는 것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특히 형법같은 경우에
굉장히 그런것이 많죠. 생각에 따라 다수설도 틀리다는 교수님도 많죠.
학생 역시 새로운 견해를 생각해 낼 수 있구요. 단지 그것뿐인 것 같네요.

그렇지만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이 부분도 저와 단순히
견해가 다를 수도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법부가 국민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니거든요. 헌법에서는 헌법개정에는 상당히 어렵고
국민투표까지 거치게 되있지만 법률은 국회에서 해결하도록 되 있잖습니까?
(각종 자치 내규 대통령의 긴급, 경제명령권 등등도 있지만요)
헌법의 입법자가 왜 이렇게 만들어놨을까요? 포퓰리즘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적 행사를 하도록 놔 둔 겁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입법력이 국민이 가진 힘이구요.

이것은 저는 정당하다고 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 검증되지 않은 사실
(민영화하면 조금만 써도 수도요금이 몇백만원 나온다.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의
수십프로는 광우병 환자다. 미국이 이익을 위해 은폐하고 있다.
나는 대학생인데 깃발부대 알바가 들어왔다. 난 여대생인데,
전경이 날 성폭행했다. PD수첩의 왜곡보도 등등이 예입니다. )
들로 인해 이번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낚였'으며
그 문구들 앞에 정부와 미국에 대한 '분노'를했습니까.
이명박이 독도포기 선언을 했다 라고 했을 때에도 검색어 1위를
달리며 각종 블로그/포탈/싸이트에 이명박이 독도를 포기했다.
는 말들을 나르고 욕하고 분노했죠. 이런것들은 국민들에 대한
반 이명박 정서가 확산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발휘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PD수첩의 왜곡보도가 가져온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는 말 안하셔도 아실겁니다.
나중에 아니라는 것들이 드러나고,
허위 유포자가 구속되었어도 분노한 대중앞에 사실들은 묻히기 십상이죠.
아니, 오히려 대중은 사실이 아닌 것을 믿고 싶어할 겁니다.
황우석 사건 때 처럼요.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대중이 안는 필연적인 결함'이 드러난 예입니다.
입법은 정말 말씀대로 진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국가적 반성과
성찰에 의해 개정/폐지 된 법들도 많구요.
각설하고, 그 입법을 통한 사법력을, 위정자들에게 봉사한다는
제대로 논증을 거치지 않은 막연한 음모론같은 생각으로
정말 무시해도 될까요?

법 자체의 미비성이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 표출을 제한하는 수단으로써
악용되고 있다. 여러 제도적 장치의 효과(힘)가 제한적이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사법부는 소수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에게 봉사한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정말 국가적이고 국민적인 차원에서 논증이 된겁니까? 말씀드렸듯,
위법 혹은 불법이지만 자신이(사람들이) 옳다고 부분에 대해서
(헌법소원까지낸)법률을 어기는 것이 과연 정당합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견해 차이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납치와 연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레이나님께서 납치라고 하신 것에 대해, 납치라는 표현이 과격하다.
정당한 연행이라는 근거조차 남기지 않는 말이 아니냐.
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지 결코 정당한 연행이었다. 가 아닙니다.
겪으신 일에 대해서는 유감이군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권력의 횡포일 겁니다.

저도 이곳이기에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분위기 자체가 뭔가..이성적이면서도 따듯한 공간이랄까.
굉장히 좋은느낌입니다. 며칠간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는데, 혹여라도 레이나님이 저에게 질문을 하시는
일이 생긴다면, 늦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빨라지겠지만요.^^
Rayna2008-07-10 19:09
답이 늦었습니다. 달리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글을 쓰는 게 많이 느립니다. 원글 쓰는 데 쉬지 않고 정확히 11시간 걸렸습니다. 덧글은 그보다 덜했지만 여튼 꽤 걸렸습니다. 모자라는 제 능력도 문제지만, 제 성격상 언제까지고 하루에 한 나절씩 글 쓴다고 정신놓을 여유가 안됩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글 자체의 개요가 불분명하여 읽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답은 원문처럼 파트 별로 나누어 게시합니다.

1.
혹시 집시법 전문을 읽어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현행 집시법 전문을 통틀어 '집회'에 관하여 어떠한 정의도 내리지 않고 있음을 알고 계십니까? 그 집시법의 규정에 맞추어 '집회 및 시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며, 어떠한 요소들을 배제해야만 가능한가를 알아보신 일이 있으신지요? 아니면 최소한, 인권단체 연석회의에서 내놓은 "만화로 보는 집시법의 문제점"이란 만화라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위 사항들을 모두 충족하신다면, "촛불집회를 합법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왜 '팩트'가 아닌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가, "법 자체의 미비성이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 표출을 제한하는 수단으로써 악용"되는 사례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추론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즉, 왜 촛불을 든 국민들이 현행법을 어기고 무시하고 있는가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그들이 '범법자'로 몰리고 있는가에 대한, '컨텍스트'에 대한 고민을 해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2.
포퓰리즘의 정의에 관하여 명확하게 알고 계십니까?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왔으나, 오늘날 포퓰리즘은 '지도자 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대중영합적 정치 이념'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이념이기보다는,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가 현실 사회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 별개의 개념입니다. "헌법에서는 ... 법률은 국회에서 해결하도록 되 있잖습니까? ... 포퓰리즘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적 행사를 하도록 놔 둔 겁니다"는 주장은 어떠한 논거, 어떠한 팩트에 기반하여 펼치신 주장입니까? 법률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문제는 입법부를 통해 국민들의 간접적인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거라면 저 역시 동의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는 대의민주제의 특성에 해당되는 사항일 뿐이지 포퓰리즘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내용입니다.

3.
사법부가 왜 국민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언급했듯, 사법부 자체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써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중 하나입니다. 한국 역사상 '입법부'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좋게 봐줘서' 15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입법부를 통한 삼권 분립이 무능화된 상황에서, 공권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작동하는 법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행정부를 장악한 일부 위정자들과 그를 보좌하는 극소수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기 십상"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한국 현대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찾아보실 수 있는 사항입니다. 정히 사례를 요구하신다면, 저는 국제법률가협회에서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한 1975년 4월 9일의 '사법 살인'건을 들겠습니다. 찾기 어려운 자료도 아니거니와, 법을 공부하시는 학도라 하시니 필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4.
이른바 '광우병 괴담', '민영화 괴담', '촛불 괴담' 등, 현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 '괴담'이라는 딱지를 붙여 항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확인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괴담'들이 있기 전부터, 정확히는 집권 전부터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미 팽배해 있었음을 기억해볼 때,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한미FTA, 쇠고기 수입협상, 국영사업분야의 민영화 추진과 같은 현실 사안들과 맞물려 생겨난 부산물이라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를 무턱대고 "반 이명박 정서가 확산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발휘"한 요소로만 설명하는 것은 '괴담'이 생겨난 현실사회적 배경요소를 철저히 무시한 편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PD수첩의 왜곡보도가 가져온 파급력과 영향력"이라 말씀하셨는데, 해당 방송분에서 "왜곡보도"라 할 만한 부분들을 직접 보신 일이 있으신지요? 저는 인터뷰 내용 중 CJD를 vCJD로 자막처리한 것, 다우너 소를 "이런 광우병 소"라 표현한 것 이외의 어느 부분에서도 "왜곡"이라 불릴 만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들, 그 외에 제기된 의혹들 또한 아래 두 편의 글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된 사안입니다.

3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작가 122명이 방통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153

왜곡 의혹 부분에 대한 한겨레 독자 분의 사실 확인결과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society:001016&uid=52990

더욱이 이 문제점들이 당시 방영분이 보도한 사태의 핵심 내용의 신빙성을 크게 해칠 만한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馬군님께서는 이러한 정황에 대한 고려 없이 PD수첩이 보도한 내용을 "왜곡보도"로만 뭉뚱그려 말씀하십니다. 이 정도의 사안을 두고 "방송의 편파, 왜곡, 선동에 의해서" 이끌려 나온 대중들의 필연적인 결함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면, 수입쇠고기 홍보 차원에서 사진자료를 계획적으로 연출한 중앙일보나 오역을 넘어 아예 다른 논조의 인용문 창작 단계에 이른 기사를 메인에 내건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언론윤리를 흐리고 국민들을 혹세무민한 혐의를 적용하여 특검을 추진토록 하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297665.html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311



5.
"어떤 사안에 관하여 자기 견해를 개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사안의 쟁점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주요 용어들에 관한 개념 정립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그 사안의 발단은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가에 관한, 팩트에 기반한 정황 파악도 함께 선결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덧글을 읽으면서 느낀 바, 馬군님께선 제 주장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증"을 요구하시면서 그에 관한 반론을 제기함에 있어서는 사실관계, 현실적 정황들에 대한 비판적 고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몇몇 매체들의 논조를 그대로 따라가거나 개념조차 모호한 용어를 주요 논거로써 인용하신 듯 하여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제가 주장하는 바에 한해서는 그에 적확한 관련자료와 논거를 제시했다고 봅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컨텍스트'를 강조하겠습니다. 저는 '객관적', '중립', '순수' 따위의 표현은 지양하고자 합니다만, 어쨌든 좋습니다. 특정 사안에 관한 견해를 세우는 과정에서 편견과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고를 지향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한 사고를 성문화 된 법전의 잣대에 한해서만 발현하지 마시고, 자신이 가진 견해를 비롯하여,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통념들이 현실적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도 함께 숙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불법/폭력시위", "불법파업", "여론왜곡"과 같은 용어 하나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