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미친듯이 기다려봤다
아직도 주인이 살아있다고 믿는 강아지 해피가 되어서 묫자리 비석 옆에 넙죽 엎드려 있었다
내 마음 속에 날씨가 있다면, 지금쯤 잿빛 구름이 잔뜩 뭉친 호우주의보가 발령됐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해지고 어스름한 새벽이 눈 뜰 때까지 주인은 오지 않는다
해피가 두 발로 서서 뒷춤에 넣어둔 담배를 꺼내 입에 깨문다
빨간 태양이 산 중턱에 숨어서 머리카락만 능선 위로 슬며시 내놓고 있었다
해피의 마음 속 호우주의보는 홍수를 만들었다
여울이 빠른 흙탕물이 그의 머릿속에 담긴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강아지 시절, 나무 밑둥에 오줌을 누다가 동네 아이들이 휘두른 회초리에
다리가 부러진 기억이 저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담뱃불이 필터에 닿아 누린내를 낼 때까지 홍수는 계속됐다
해피는 담배를 끄고서 자신의 흰털을 침묻혀 닦아 정돈했다
같은 여름이라도 호우주의보보다 홍수가 있는 더위가 더 나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야 정처없는 기다림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해피는 수염을 씰룩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해피는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직 죽었다는 것은 몰랐다 - 아직 '죽음'을 몰랐다
다만 어렴풋이 깨닫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은 변심했거나
다른 애완견을 샀거나
아니면 실수로 나를 떨어뜨려놓고
멀리 미국이나 우간다로 이사갔을 거라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기다림이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피는 팽팽한 공기가 꽉 들어찬 하늘을 바라보았다 - 두번째 담배를 꼬나물었다
'기다림'이 좋았다
'기다림'마저 추억하게 되는 그 힘은 주인에 대한 '사랑'일 것이라고 해피는 믿었다
그는 자신의 뱃가죽에 들러붙어있는 작은 돌덩이들을 떼어내고
꼬리로 땅바닥을 두세번 빗질하고서 거기에 납작 엎드렸다
나는 주인을 사랑한다, 그래서 기다린다, 생각했다
그치만 곧 우울한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