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다 가셨다.
아버지께서는 젊으신 시절 온갖 것에 돈을 쏟아부시다가 매일 망하시곤 술로다 인생을 사셨다. 그런 모든 가능성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부터 나왔는데 어머니께서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매일 장터에 나가셔서 돈을 벌어오셨다. 어머니의 손이 갈수록 거칠어지시고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나실 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손지검하시고 늙어빠진 여편네라고 몰아부치셨다. 나는 그 즈음 아버지에게 여자가 생기신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국회의원이 되어 승승장구하시고 우리집은 더 이상 가난에 허덕여 굶는 일은 없게 되었다. 어머니의 그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새로 생긴 여자와 드러내놓고 집안을 드나드셨고, 나는 더이상 아버지에 대한 정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어머니는 필요이상으로 드시기 시작했다. 마치 그동안 드시지 못한 음식에 분풀이라도 하시는 듯 하루 종일 식탁앞을 떠나실줄 몰랐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의 임종소식을 들었다. 사인은 급체였다. 아버지는 "여편네가 그렇게 쳐먹어대니 죽어 나자빠지지" 라고 말씀하시고는 그 색기만은 여자와 곧 재혼하셨다. 나보다 8살 많은 새 엄마를 두고 그 집에 있을 순 없었다. 나는 깜깜하다못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라디오를 켰다. U2였다. 그들은 "with or with out you.."하며 날 격정에 휩싸이게 했고 난 곧바로 냉장고로 기어들어가 영원한 잠을 청했다.
-어느 젊은이의 음악 신청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