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 개인후기를 보지 말아주세요.
보면 분명히 재미 없을겁니다 ^^;; *
우선 이 영화에 대해 말하기 전에
과거부터 끊임없이 매력적인 소재로 삼아져 왔던
'외계인'에 대해 잠깐 말을 해 보겠다.
외계인, 말 그대로 '다른 곳에서 온 생명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생명체가
지구인들에겐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즐겨 사용되곤 했다.
이런 경우 보통 외계인은 단순히 우리와 다른 낯선 생명체가 아니라
침략자'나 '바이러스' 쯤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우주 어딘가로부터 온 신비의 생명체가 우리랑 엇비슷한 평범한 생명체라고
묘사해 버리면 그게 무슨 재미겠는가?
그리하여 20세기의 트랜디처럼 여겨졌던 외계인이란 존재는 단지 '침략자'일 뿐이었다.
뭐, 어차피 허구속의 존재이니까 그런 것들은 다 이해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소재를 영화화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리 상상속의 외계인은 머리가 비상하고 기술력이 지구인보다 몇배나 앞서 있어서
적으로 두었을 경우 상대가 안되는 강적으로 묘사된다.
그런데도 지구인들은 어떤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보면 처음에는 그들의 막강한 화력에
무참하게 계속 당하기만 한다. 그러다가 모든 지구인들이 단결하고 그들의 형제애, 또는 전우애
덕분에 외계인의 약점을 찾아내서 결국 승리를 거두지 않는가?
(인디펜던스 데이는 재밌게 봤기 때문에 지금 흠을 잡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 영화에 대해 말을 하자면 사실 악평을 많이 해야 한다 ^^;)
결국, 영화속에서 외계인은 그저 비현실적인 침략자에 불과할 뿐이고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는 지구인들을 보면서 대리만족과 감동까지 느끼는 것이다.
최근들어서 영화의 경향이 조금 바뀌었다. 아니, 관점이 변화했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외계인도 지구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란 소리다.
우리가 그들을 잘 알지 못해서 두려워하듯,
그들도 단순히 무지에 대한 두려움만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는 상황에 따라 충분히 우호적인 대상이 될수도, 적대적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보다 현실적이지만 역시나 이런 생각으로 시작된 영화 또한 외계인은 결국
우리에게 '적'이 되고 만다. 어떻게든 승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란다.
그러니 나도 지구인이 승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자, 영웅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들과 지금 싸우고 있다 하자.
주정뱅이가 비행기를 몰고 외계인의 비행접시로 뛰어들며 감동스런 말을 던지는 순간이나
대통령이 비행기를 몰고 외계인 처치에 한몫을 하는 그런 순간에.....
'평범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은 지상에서 무슨 일을 겪고 있을까?
지상에서는 패닉상태에 빠진다.
무차별 파괴에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죽어가는 사람이 수도 없을 뿐더러
작은 공격에 힘겹게 대항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들에게 하늘에 떠다니는 비행선은 당장 중요한게 아니다.
집 바깥에서 들어오려고 하는, 또는 어느 방인가에서 숨어 시시때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외계인 하나가 그들에겐 전부인 것이다.
'Signs'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영웅의 얘기가 아닌,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는 외계인 이야기인 것이다.
아내의 사고 이후로 신앙을 버리고 사람들을 외면하며 사는 신부 그레함.
한 때 홈런타자이면서 생각없이 휘두른다는 면에서 최악의 타자이기도 했던 그의 동생 메릴.
그리고 천식을 가진 아들과 귀여운 딸.
(신부에게 아들과 딸이 있는걸로 보아 성공회인듯 ^^;;;)
이렇게 넷이서 조용히 살고 있던 그들에게 어느날 이상한 일이 생긴다.
그들이 기르던 옥수수 밭에 반경 500피트나 되는 기이한 서클이 생겨난 것이다.
단지 좀 심한 장난 쯤으로만 여겼던 그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세계 곳곳에서 차례로 발생하고
사람들은 결국 이것이 하나의 사인(Sign)이란 것을 알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비행접시와 외계인들을 목격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평범한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영화 내내 외계인과 지구인들과의 교전이나 대치 상황에 대해서는 한치의 자세한 묘사가 없다.
기껏해야 "외계인들이 물러갔습니다" 하는 정도의 뉴스 멘트가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히려 현실에 보다 비중을 둔 영화이다.
당신의 뒤뜰에 숨어서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계인.
그들에게는 세상 다른 어느 것보다 그 외계인 하나가 가장 공포스런 존재일 것이다.
다른 어떤 것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가장인 그레함은 시종일관 외계인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마다 약한 모습만을 보인다.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이런 일들을 자신의 또다른 불운이라고만 생각하는
그에겐 영웅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의 모습 뿐이다.
만약, 단순히 보통 사람의 힘겨운 투쟁만을 그리는데 그쳤다면
이 영화는 현실에 '가깝기만' 한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샤말란 감독은 그만의 색깔이 있다.
영혼과 운명에 대한 신비로움을 믿는 그의 스타일은 어김없이 이번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Sixth Sense', 'Unbreakable'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그의 이러한 면모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레함은 끝까지 노려보고 메릴은 힘껏 휘두르라고 해'
아내의 헛소리쯤으로 들렸던 마지막 한마디는 영화 내내 그레함을 괴롭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하나의 'Sign'으로 다가온다.
'모든 일은 예정되어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다못해 아들의 천식마저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 그레함은 결국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그에겐 외계인보다, 이러한 운명의 기묘한 사슬이 더욱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샤말란 감독은 정말 저예산과 실사촬영(특수효과를 쓸 필요도 없었고 쓰기도 싫었다 한다)으로
정말 우리 근처에 생겨날 수 있는 외계인과의 대치를 실감있게 그렸다.
그들이 우리에게 처음부터 적대적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통해 묘사하지 않았다.
그들이 물러선 이유가 패배에서인지 아님 단순한 작전상 후퇴인지도 결론짓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과
그런 사건들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대처가 아닌가.
전작들과는 다르게 샤말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웃음'과 많이 친해지려 노력했던 것 같다.
우울한 영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끔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이런 저런 장치에서
그가 조금 더 밝은 면모를 가지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스센스를 보면서 웃을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은 이번 영화는 오히려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짐작도 해 본다.
(나는 한 열번은 넘게 웃었던 거 같다)
'엄청난 돈으로 감독 제의를 받는다 할지라도 쉽게 잊혀질 영화를 만들지는 않겠다.'
그가 이런 생각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서, 그만의 장점을 잘 살려갔음 하는 바램이다.
Signs
눈큰아이별이2002-08-10 00:30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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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빗줄기톰2002-08-10 03:14
짝짝짝....이렇게 마니 쓰시다니...읽느라 힘들었음...ㅋ
빗줄기톰2002-08-10 03:14
신부가 결혼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더니...성공회는 결혼해도 되는군요...놀라운님의지식..ㅋ
ⓕreeⓩing2002-08-10 04:32
싸인은 비현실적인 영화라고 할수있습니다..;;
만약 외계인의 소행이라면.. 외계인이란 존재부터 비현실..
만약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정교한.. 그런걸 만들수가 있겠습니까..
결국 싸인은 그저 그런영화죠..
대신.. 님 말대로 웃음은 추가했습니다..^-^
멜깁슨이 웃기는쪽으로만 발전해서리..;;
식스센스는 초긴장 상태로 봐야했고.. 웃음도 없는분 더러.. 귀신까지 존재하니..;;
싸인도 물론 긴장상태로 봐야했지만.. 웃긴장면이 많아 좋았습니다..
만약 외계인의 소행이라면.. 외계인이란 존재부터 비현실..
만약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정교한.. 그런걸 만들수가 있겠습니까..
결국 싸인은 그저 그런영화죠..
대신.. 님 말대로 웃음은 추가했습니다..^-^
멜깁슨이 웃기는쪽으로만 발전해서리..;;
식스센스는 초긴장 상태로 봐야했고.. 웃음도 없는분 더러.. 귀신까지 존재하니..;;
싸인도 물론 긴장상태로 봐야했지만.. 웃긴장면이 많아 좋았습니다..
ⓕreeⓩing2002-08-10 04:34
아참.. 근데 왜 외계인은 맨날 나쁜역 해야합니까?
그래서 전 스타워즈가 좋습니다.. 초 악질은 인간이 해먹죠..;; 물론 주인공도 인간이지만..
그래서 전 스타워즈가 좋습니다.. 초 악질은 인간이 해먹죠..;; 물론 주인공도 인간이지만..
그림자2002-08-11 02:12
너무 멋진 평론?이군요. 어서 데뷔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