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음악관련 비평서를 하나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음악씬의 유행 혹은 변천의 주 이유중의 하나가, 자본주의 사회까지 갈 것도 없이 주도권을 가진 영미 문화권을 중심으로 볼때,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층이 특정 수의 음반구매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도록 레코드 레이블에서 자꾸만 기존의 음악을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유행에 편승하고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부채질, 음반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장치를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최근 미국에서 쟝르를 불문하고 타올랐던 라틴 음악의 열풍역시 레코드회사들의 입김이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긴 닭이냐 달걀이냐하는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행 혹은 특정 장르의 득세가 반드시 제조업체의 계산하에 주도되는 것이라고 여기기에 음악 수용자나 소비자들의 역할이 수동적인건 절대로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스매슁 펌킨스의 새 앨범이 나왔지요. 여전히 비쥬얼하고 싸이버적인 그들의 뮤직비디오와 여전한 사운드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빌리 코건의 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리고는 놀랬지요.
변화라는 것이 음악인의 필수 강박이 될 필요는 없다고 믿어 왔건만 싱글만 듣고서 별 변화를 감지못한채 성급하게 '한물갔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벙쪘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빌리 코건은 가사에서 '난 아직 안 죽었어, 왜 이래! You know I'm not dead'하고 반복해 양양대던데요...
라디오헤드는 어떨까요? 더구나 그렇게 엄청난 OK computer였으니 말입니다.
테크노가 얼터너티브보다도 훨씬 빠르게 주류에 안착해 버린 요즘,새로운 종류의 순수회귀주의인지뭔지는 모르지만 '슬로코어slowcore'라는 이름의 장르까지 나온 이상(제 개인적으로는 극단적으로 느린 템포의 슈게이징 혹은 포크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데 '슬로우코어'라니.. 처음엔 웃었답니다. 하긴 '하드코어'
가 지겨워진 것도 훠얼씬 오래전이었으니... 정서상으론 대환영입니다.)...
더 이상 라디오헤드를 어떤 특정 장르아래에 규정할 수 없어 그냥 라디오헤드 장르라고 부르기로 제멋대로 결정해 버린 지금...
다소 천박해 보일 정도로 급변하는 이 시대적 딜레마를 라디오헤드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천박할 정도로 성급하게 닥달해대고 있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