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기차역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맞추는 게임이라 한다. 삶은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고 우리는 삶의 번호를 알지 못한다. 다만, 번호를 맞추는 게임을 할 뿐이다. 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이만한 TV와 세탁기도 선택하고 미래를 선택하라. 그런데 내가 왜 이따위 선택을 해야 하지?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주인공들은 훔치고 싸우고 부수고, 그리고 달린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로 갈 것인가도 결정하지 않았으며 어떻게 달릴 것인지도 역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변기통이나 마룻바닥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려가거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여인의 침대속으로 달려가거나 가까워 보이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산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일, 가족, 대형 TV, 자동차, CD, 전동식 깡통 따개, 건강, 저콜레스테롤, 저리대출,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선택하고 산다. 그러나 난 선택하지 않는다. 왜? 이유는 없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그들은 주저없이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별의미없는 것들에 "행복"이라는 환상을 부여하며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마약과 다를 바 없는 것은 아닐까. 달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이런 폭발적인 질주는 바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언어요, 웃음이며 교감하는 상징인 것이다. "아`~! 여기 그가 철길에 누워 말하는 군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뻔뻔스러워지는 것이다'라고 아주 어릴 적(?)에 내린 결론이 아직까진 내게 유효하다. 즉, 터프(!)한 청소년들을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힐끔힐끔 쳐다 보는 것이며, 좀 예쁘다 싶은 여성에게 능글능글한 시선으로 추파를 던질 줄 아는 것이며,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의 의자에 엉덩이부터 들이미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며, 돈으로 사랑을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며, 해마다 어디로 휴가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것이며, 정치판이 돌아가는 생리를 깨닫는 것이며, 이제 더 이상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자위하는 것이며, 것이며, 것이며, 것이며, 것이며, . . . . . . 후 후 ! " 왜? 이유는 없다."
글 -놀이터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