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매혹이라는 오라를 뿜어내는 예술이다.
'오라'라는 말과 '매혹'이라는, 결코 합쳐질 수 없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또 '영화'고.
그만큼 영화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만들어 왔다.
그건 SF나 호러 같은, 이야기에서 파생된 비현실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시청각이라는 감각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케 만드는
영화, 그 자체의 능력을 통털었을 때, 그때 우린 불가능이 가능하게 된 이유를 알게된다.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몸과 머리는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모순되게도 어떤 영화가 가장 '영화적'일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쩌면 이런 질문 자체를 꺼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영화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영화적이며,
때론 그건 허무냐 사실이냐의 본질적인 문제를 막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내가 묻는 것은 '영화적'의 '완성도' 문제이지, 영화자체의 것은 아니었다.
쉽게 말해 얼마나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가의 정도. 라고나 할까.
어제 신발장 위를 정리하다가 아버지께서 녹화해 놓은 비디오테이프를 우연찮게 발견했다.
집에 비디오데크는 고장나서, 그냥 제자리에 꽂아두었는데,
그 뒤로 계속 일손이 잡히질 않았다. 책은 안 읽히고, 샤프심은 연신 부러지길 반복했다.
결국엔 난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인 학교로 뛰쳐가서 비디오의 전원을 켰다.
영화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였다.
이미 심심찮게(?) 봐온 그 영화가 어찌나 값져보이던지,
예전에도 몇번씩 되풀이해서 본 그것을
극장을 처음 구경하는 어린아이의 표정을 하고선 맨끝까지 감상했다.
짜라투스트라(맞나?)는 이렇게 말했다. 에 온몸을 떨고,
검은사각기둥의 밑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다가,
HAL의 마지막 몸부림에선 쌤통이다,를 연발,
굉장히 작위적인 태아의 모습과
지구의 모습이 일직선 상에 놓일땐 나도 모르게 '크흐'하고 소주를 원샷했을때의 괴음을 냈다.
그렇다고
이게 가장 '영화적인' 영화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딧세이를 보고 난 후에도 질문은 아직도 여러 번 반복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난 이미 정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난 이런 멍청한 지능적 유희를 계속해서 즐길것이고,
언젠가는 내 나름대로 대충 답을 정하겠지.
중고등학교 시절엔 친구들과 영화얘기하는걸 굉장히 싫어했다. 꼴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꼴에 저런 영화얘기나 하고 말야 쯧쯧. 자기가 무슨 로저 에버트라도 되는줄 아나보지?"
솔직히 지금도 그런 생각이 간혹 생기기도 하지만,
영화를 가지고 지식 자랑한다는게 왠지 어색해서 그만두고 있다.
'영화이름대기'시합에서 늘 꼴등을 독차지 하던 나였다.
어떻게든 내가 본 영화를 뽐내고 싶어서 친구들이 전혀 모르는 영화를 얘기하고 싶었으니깐.
"살로소돔에서의 120일"
"그런 영화가 어딨어!"
"천구백육십몇년, 파졸리니 감독."
그런 악취미(?)때문인지 몇년이 지난후의 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그래서 희소가치가 있을 법한, 그런 영화만 골라서 보기 시작했고,
그 버릇은 여든 갈때까지 변하지 않을 듯하다.
지금도 여기 소모임에 영화로써 자랑아닌 자랑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건 사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길을 걸어줬음하는 비굴한 바램때문이었다.
'아니 글쎄 이런 영화가 다 있다니깐' 하고 말하면
'그래! 그거 나도 봤어. 정말 죽음이지' 맞장구 쳐줬으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