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버트 부인은 화가 네빌에게 남편이 없는 보름 동안 자신의 정원을 12장으로 나눠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순진하면서도 교만한 네빌은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거부하다가 한가지 계약을 내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것과 함께 허버트 부인에게 자신의 어떠한 요구에도 응하도록 하는 것. 작업은 바로 착수되고 네빌은 틈만 나면 허버트 부인을 농락한다. 며칠이 지나면서부터 네빌의 그림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작은 물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리는 네빌의 눈 앞 사물이 조금씩 변경되거나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네빌은 화내면서도 곧이곧대로 바꿔 그린다. 그리고 취소된 13번째 그림의 장소에서 허버트 부인 남편의 시체가 발견된다.
주배경이 되는 정원은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지독히도 역겹고 잔인한 장소이다. 사람들은 서슴없이 독설을 퍼붓고 듣는 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 넘긴다. 그것은 계약의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멋진 그림 앞에서 벌어지는 부정은 왠지 아이러니한 냄새를 풍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품을 잃지 않으려는 귀족들의 모습은 작은 악마의 모습과 같다. 스릴러 구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이해하기 까다로운 부분도 많고. 여러 씬이 함축적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사랑과 성과 죽음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진실이라고 확실하게 꼬집어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