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s Anderso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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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의 테마를 읽고 터무니 없이 로얄 테넌바움을 떠올린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외계인의 습격에 굴하지 않고 가족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모습에 범우주적인 부분을 제한다면, 남는 것은 아마 로얄테넌바움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확실히 로얄테넌바움에 외계인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우주 속에 가족과 가족 속의 우주의 위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는 구조적으로 같다. 구성원들은 서로를 느끼고 우주를 깨부수거나 재정리한다. 결국 외부와 내부의 충격 차이의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가족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단지 외계인은 무섭고, 화내는 아내는 덜 무섭고, 그 차이다. 그래서 두 영화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2
외계인, 아니 테넌바움의 가족 구성원의 특성은 외계인보다 더 우주적이다.
로얄 테넌바움의 세 아이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부동산 전문가, 테니스 선수, 극작가가 될 정도의 천재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배신으로 인해 세간에 잊혀진 존재가 된 상태다. 테넌바움가에서 외계인이 될지도 모르는 로얄은 이 위기의 원천이며 또는 배후 인물이다. 부부의 별거 이후로 가족의 우주에 별은 사라지고 수많은 블랙홀들만이 남는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로얄은 호텔에 내쫓기는 신세가 되고 꾀를 내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가족이 사는 집을 찾는다.
3
정체모를 외계인과 정체 다 아는 외계인과의 싸움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것일까. 나는 로얄 테넌바움의 노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족을 해부하면 과연 사랑이 보일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쌓고 쌓아야 사랑이 간신히 보일거다, 라고. 갑자기 찾아온 이방인에 의해 가족애가 실험될 정도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뻔한 사랑은 많은 세월을 감정 교류로 함께 살아온 가족들로 확인하기엔 너무, 값싼 것이 아닐까?
ㅋㅋㅋㅋㅋ 진짜 최고 강추죠 이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