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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허크2003-08-13 11:54조회 1044추천 41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
전혜린의 이 책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비롯한
린저의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등등..

독일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된데는 아무래도
전혜린의 이 책이 시발점이 되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나와
한밤중에 교정의 히말라야 삼나무 밑에 앉아서
나는 끝도 시작도 없는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
작년 여름, 나는 뮌헨을 갔다.
뮌헨 교외에 있는 홀리데이 인 호텔에 짐을 풀고
전혜린이 살고 공부하였던 <슈바빙>으로 갔다.
그녀가 자주 갔다는 카페는 이제 스페인 식당으로 바뀌어서 옛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뮌헨대학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거의 하루 종일을 보냈다.
공원 벤치에서 한나절 잠을 자기도 하고
무작정 거리를 걸으며..며칠간을 보냈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의, 열 일곱살의 그날들로 돌아갈 수 있었다.

3.
전혜린이 살았던 생애보다도 더 많은 생애를 살았지만
아직도 내 정신은 그녀의 십분의 일도 못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나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으므로
언젠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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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acid2003-08-14 01:04
이 책, 제 인생의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책 중에 하나예요. 언젠가 추천해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중학교 때 한참 심란했을 때 이 책을 봐서...좀 위험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그땐 그랬는데 하면서 웃어 넘길 수 있지만...그때는 정말...
이 책 보기 전에 헤세 작품을 보긴 했지만, 저도 이 책 덕분에 독일작가들 작품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 학부제라 제가 지망하는 전공(중문과)과반이 아닌 독문과반 소속인데, 이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 책 때문에 독문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도 있구요.
마지막에 써주신 괴테의 말...
언제나 제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로 쓰고 있어요. 혼란스러울 때, 위안이 필요할 때 한번씩 꺼내보는 그런 말로...;
허크2003-08-15 00:50
acid/독일작가들의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인지,독일에 갔더니 마치 고향 같더라는..^^
내가 워낙 편하게 생각해서였는지..뮌헨에서 누군가 저에게 길을 물어 보았어요.
그런데 길을 물어본 그 사람이 뮌헨에 사는 사람인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혹시 <페터 카멘친트>는 읽어 보셨는지요? 꼭 읽어 보세요. 너무 좋아요.
acid2003-08-15 11:43
허크님은 정말 좋으시겠어요- 여기저기 여행다니시면서 독서의 기억을 더듬는다는 거, 너무 멋져보여요. 으으... 이번 여름에 유럽을 갔어야 했는데...엉엉ㅠ_-
가끔 책 추천 하다가 깜딱깜딱 놀라는 일이 있는데, 허크님께서 추천하신 책 제목을 볼 때랍니다. 늘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품들을 추천해 주시더라구요. 페터 카멘친트--- 페터네 고향 만큼이나 아름다운 소설인 거 같아요. 읽고 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데미안 만큼 알려지지 못한 게 이상했을 정도로, 그렇게 좋았답니다. 으헤~
허크2003-08-16 14:54
acid/여행을 하며 늘상 느끼는 점은..실제로 하는 여행 보다는 책을 읽으며 수많은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정이 더 깊고 아름다웠다는 것..
저는 acid님의 독서의 여정, 마음의 여행이 더 부러워요. 매우 아름다웠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