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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고대

acid2003-08-20 13:57조회 1032추천 31

며칠전에 중앙일보에서 이 기사를 보고 나서, 이 책이 생각나길래 이렇게 오랜만에; 글 씁니다.
(길지만 정말 의미있는 글이니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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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해체'주제 공개토론회 갖는 임지현 교수



"국사(國史) 의 해체를 향하여"라는 다소 과격하고 불경스러운 구호가 등장했다. 국사에 대한 이같은

선전포고는 21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 회견실에서 열릴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 포럼'에서 행해질 예정이다. 임지현(한양대)/이영훈(서울대)/이와사키 미노루(도쿄외국어대)/

이성시(와세다대)/이남희(ucla대) 교수 등 한국/일본/미국에서 활동하는 근현대사 연구자 11명은 '국사

해체'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이 모임을 준비해 온 임지현 교수를 만났다. "너무 과격한 문제제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국사의 해체는 서구학계에선 상식 아니냐"는 반문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국익 우선주의 조장, 평화공존의 틀 위협"



-국사를 왜 해체해야 하나.

"특정 권력이 규정한 국익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기제가 바로 국사다. 국사 교육은 시민사회의

역사의식을 조작해 권력을 정당화한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가 문제됐을 때 산케이신문이 '한국의

국정교과서를 본받아야 한다'는 사설을 썼다. 한국의 역사의식이 일본 새 역사교과서의 코드와 유사함을

그 사설은 보여줬다. 민족/국가를 강조하는 한국과 일본의 논리는 언뜻 서로 공격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적대적 공범관계'다. 한국/북한/일본/중국의 국사를 함께 해체하는 과정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815기념식을 보수/진보 단체가 따로 열었다. 민족의 이름으로 이들을 단결시키고, 나아가 남북한 통일도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이 아니면 싸우고 공격해도 된다는 말인가. 민족의 동질성을 강조하면 일시적으로

남과 북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결국엔 민족적 정통성을 놓고 싸우게 된다. 바람직한 통일은

오히려 민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웃한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며 사는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유럽공동체의 결성에서 보듯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유럽공동체의 경계가 설정되면서 경계 밖의 비유럽 세력엔 더욱 가혹해졌다. 예컨대 난민에 대한 규제가

전 유럽으로 강화됐다. 개별 국가에서 전 유럽이란 공간으로 확대된 민족의 논리, 차별화/배제의 논리다.

바람직한 연방과 연대가 아니다."


-국제관계는 상대가 있는 게임인데 자칫 우리만 무장해제하는 것 아닌가.

"국사를 해체해 역사를 민주화하자는 나의 주장은 결국 부국강병 논리가 환상이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삶의 질에 대한 경쟁으로 가자는 것이다. 국가에 절대적으로 복속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공동체의 형식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유럽에선 '국사를 넘어서(beyond national history)'라는 움직임이 역사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들과의 공동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스라엘에서도 시오니즘적 역사서술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과정에 어린 아이까지 죽이는 데 대한 반성이 소수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고 정몽헌 회장을 '민족통일의 열사'로 규정하는 움직임도 있는데.

"최근 남북 교류는 남한의 자본 논리와 북한의 생존 논리가 권력 차원에서 결합한 것으로 본다.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싼 노동력을 원한다면 남한의 6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남북

교류는 밑으로부터의 다양한 민간 교류가 되어야 한다."


-근대 이후 민족/국가를 중심으로 자유와 평등 같은 가치를 공유하게 된 점은 어떻게 보는가.

"국가권력의 강화로 전 국민적 동원이 가능하게 된 것이 근대다. 예컨대 전근대 사회에서 나치즘은

불가능했다. 모든 국민이 다른 민족/인종의 파괴에 나서는 괴물적 성격이 생겨난 것이다. 자유와 평등만

해도 남자에게만 적용됐던 것 아닌가. 근대의 양면성을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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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고대, 이성시,  박경희 역, 삼인

이 책은 근대 민족주의/국민국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역사를 '창조'해 왔는지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그런

책이에요. 광개토대왕비문과 임나일본부설, 발해사, 식민지 역사학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근대 동아시아

각국의 자기완결적 '국사 창조' 노력을 밝힌 책이랍니다. 역사서로는 드물게 히트했다고 하네요. (제목이

좀 도발적이어서 그런 걸까요-_-;;)

이 책 안에서 에릭 홉스봄의 '전통의 창조'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그 책도 같이 읽으시면 좋아요.

(기본적으로 국사 해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분들이 홉스봄의 사관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

하네요)

그냥 시험과목의 하나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국사가, 실은 거대한 음모;;를 감추고 있던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전율은 정말...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거의 민족사관을 지니신 분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국사 교과서도 그 분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구요. 일본의 새 국사교과서 추진 움직임에만 반대할 일이

아니라고, 저야 저 교수님들의 사관에 동의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우리의

국사교과서도 뜯어보면 만만치 않죠. (아마 느끼신 분들도 계실 듯) 국사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서 그런지

사고의 범위도 민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구요. (유승준씨 문제나 반미문제 등등)


소논문들을 모아놓아서 호흡이 그리 길지 않아요. 부담없으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멋있는 책입니당. 역사서라고 해서 지루할 거라고 선입견을 갖는 분들-용감하게 버리시길^^

(정말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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