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글 보기

참 예쁜 시 두 편

acid2003-08-29 14:42조회 992추천 25
성북역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나는 알게 되었지
이미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
곁에 서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강윤후, 다시 쓸쓸한 날에, 문지)

**
이제 성북역에서, 강남역에서, 신촌역에서
혼자 기다리지 마시고 투명인간과 함께 기다리세요.
아마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도 화가 나지 않을 거예요^^



희귀식물 엄지호


도청 공보계장 엄지호는 이 시대의 희귀식물이다
음지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민초를 빼닮았다 눈빛과 목소리가 그렇고 숱한 남의 자식 키워 장가보내는 마음씨가 또한 그렇다 며칠 전 그가 혼주 되던 날 바람은 왜 또 그리 세차게 불던지
그가 늘상 지니고 다니는 마른버짐 같은 오랜 수첩에는
이런 숫자 놀음이 적혀 있다
내게 더 큰 위안을 주는 이유다

1982. 4. 16. 1983. 4. 14. 1984. 4. 17. 1985. 4. 13. 1986. 4. 11. 1987. 4. 8. 1988. 4. 13. 1989. 4. 4. 1990. 4. 2. 1991. 4. 12. 1992. 4. 4. 1993. 4. 7. 1994. 4. 6. 1995. 4. 8.


-벚꽃 만개일-

(최석하, 희귀식물 엄지호, 문지)

**
이 날 태어나신 분들은 좋으시겠어요. 벚꽃도 만개했고, 희귀식물 엄지호님;께서
이렇게 살뜰하게 기억도 해 주시고;;
(제 생일은...음...첫눈 온 날 자료 찾아보면 그 안에 있으려나-_-;;
봄에 태어나지 못한 게 이렇게 서러운 적은 없었는데 말예요. 하하)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1

허크2003-08-29 15:07
애시드의 시도 좋아요..^^
(몰래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