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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ist das Meer?

생강빵과자2004-04-24 04:49조회 961추천 28
바다가 어디야?





바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헤맨 곳,

바다는 또한

커다란 배가 가라앉는 곳,

물고기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빤히 쳐다보는 곳,

마치 달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

달이 밤하늘에 마치 달걀처럼

덩그마니 떠 있는 곳,

너무나 아름다워서

돌아가야 할지,

돌아가지 말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곳.

거기는 어디?





그들 중, 숨이 막히는 한 이야기.



p.41



숫자소녀



팔레르모(이탈리아에 있는 도시 이름)에는 숫자가 아무리 커도 금방 알아 맞히는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숫자부터 사용했다. 그 애는 모든 것에 숫자를 매겼다. 숫자 1은 태어날 떄 도와 준 간호사고, 2는 침대, 3은 엄마, 4는 불빛과 충격, 5는 공기, 6은 축축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서늘함, 7은 따뜻한 수건, 8은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9는 자기가 우는 소리, 10은 침묵, 11은 배고츰, 12는 엄마의 젖가슴, 13은 젖과 기쁨, 14는 엄마의 목소리, 15는 엄마의 다른 쪽 젖가슴, 16은 끄억 하는 이상한 트림 소리, 211부터 215는 여러 친척들, 216은 그 분들이 해 준 덕담, 217은 역겨움. 그 사이사이에 9, 12, 14와 같이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이 등장했다.



p.42



218은 친할머니, 219는 외할머니가 되었다. 아빠의 숫자는 321이었다. 그것은 아빠가 자상하게 대해야 그렇게 되고, 나쁜 아빠의 숫자는 그것보다 훨씬 뒤에 나왔다. 소녀가 잠이 들 때 숫자는 안경 쓴 간호사가 587이라는 것까지 이어졌다. 잠이 들면 아이는 숫자 세는 것을 잊어버렸다.

숫자는 아이의 말과 같았다. 다른 식으로 말하는 것을 아이는 전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3과 321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알았고, 7,533,828이 피자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부모는 걱정을 별로 안 했고,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이름조차 이상하게 생각하는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면 아이는 대답



p.43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머릿결이 아름다운 이 아이의 머릿속에는 숫자에 대한 생각이 가득 들어찼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0이었다. 최초의 숫자, 시작도 하지 전에 생겨난 숫자, 산부인과 간호사보다 앞서 있는 숫자다. 0은 둥그렇고, 텅 빈 채 그 어떤 것과도 결부 되지 않았다. 밤낮으로 뜨고 있는 한족 눈처럼.





숫자소녀가 당신과 나도 숫자로 불렀을까?

그렇다. 우리는 각각 688,517,621과 688,517,622다.

그리고 그들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바다가 어디야?'

지음 : 유르그 슈비거

출판사 : 우리교육  







숫자더미,

이름이 필요 없는 모든 상징이 필요 없는 우리의 선대가 쌓은 지식들마저도 숫자가 되는    

끝도 끝도 없는 이 곳에서

너는 688,517,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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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라됴머리2004-04-24 12:25
이상하네요... 가슴이 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