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고 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중학생 독후감처럼 되어 버렸네요.(긁적)
아무튼 안 읽어 보신 분들에겐 추천입니다.
천재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천재가 [태어날 때부터 갖춘 뛰어난 재주,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천재란 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만을 일컫는다. 그 외의 모든 천재들은 천재라고 불리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을 미치광이, 또는 사회부적응자 라고 부른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중 가장 처음 만난 것은 [깊이에의 강요]였다. 어두운 골방에서 자란 습한 이끼 같은 문체. 혐오스럽고, 이질적이지만 왠지 모르게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만드는 그런 느낌. 그 단편집을 다 읽고나서야 겉표지 안에 있는, 사람 만나는 걸 지극히 싫어한다는 작가의 소개를 보았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 창백한 사진 한 장에서 나는 왠지 모를 빛을 느꼈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좀머 씨 이야기]에서는 그 느낌을 좀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런 외침이었다. "좋다,보다시피 세상은 이렇다. 구역질나고 혐오스러우며 고귀한 것은 우리네 곁을 스쳐가 버린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라. 삶이 너의 목을 졸라매도 세상은 아름답다. 살아라. 살아야 한다."
이러니, 내가 서점에서 향수를 발견하자 마자 당장에 사버렸어도 이상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루누이에게 우주란 온갖 냄새가 뭉친 커다란 덩어리이다. 그는 향기를 맡는다. 태어나자마자 사랑대신 생존을 선택한 그에게 사랑이란 개념은 약간 달짝지근한 향기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 복잡한 추상적 단어는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지 못했을지도. 그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산다. 그것은 향기의 왕국이다.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살려달라고 하는 소녀를 본다면 아무리 흉악한 인간이라도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받게된다. 하지만 그루누이는 천진스러울 만치 태평하다. 그의 세게에서 그는 죄를 짓지 않았다. 오히려, 소녀의 향기를 더 오래 순수한 상태로 보존하는 공을 세운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의 중반부까지도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치와 고통마저 감수하는, 그리고 그 목표란 것이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향기인 남자. 당신이라면 이해하겠는가? 이 이질감.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 가치관을 부여하는 시각과 청각 촉각을 모두 배제하고 향기, 향기만을 추구하는 남자.
우리는 향기를 맡지 않으려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목숨을 끊을 수 밖에없다. 후각은 곧 호흡과 연결되므로.
처음에 그루누이는 도망친다. 자신의 재능은 고통만을 준다. 너무 많이 아는 자는 엄청난 고통을 동시에 짊어지게 되니까. 하지만 어두운 굴 속에서 그는 깨닫는다. 그에겐 향기가 없다. 세상의 그 어떤 향기라도 맡을 수 있는 그가 정작 자신의 향기는 맡을 수 없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구역질나는 자신의 '무취'에 그는 또다시 도망친다. 이번에는 자신의 향기를 찾기 위해서이다. 그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자신의 향기를.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되었는가.
나는 그루누이가 너무나 가엾다. 너무나 가여워서 울고 싶을 정도다. 지나친 소외와 지나친 사랑은 결국 같은 말이란 것을. 모두 외로운 것임을.
그루누이는 천국의 향기를 만들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의 향기를 사랑할 뿐이다. 완전히 반대 입장에 선 세상과 그루누이. 하지만 언제나 슬픈 것은 그루누이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그루누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광적인 소유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그루누이의 향기를 갖기 위해 그를 먹어버린다.
혹시 나도 그 많은 군중들 속에 속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나도 나의 향기를 갖지 않은 채 뻔뻔스럽게도 세상을 향해 코를 벌름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다시 세상을 본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이 나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굉장한 향기를 숭배하는 것일 뿐인 게 아닌지.
혹시 내 머리위에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또 다른 그루누이가 조소와 함께 천상의 향기를 뿌리고 있는 게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를 위해 칼을 갈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옷을 벗고 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아본다.
나의 냄새는 어디에 있는 걸까.
향수
요나2004-08-02 01:31조회 1149추천 18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7개
나무2004-08-02 05:39
이 책 최강 재밌음 .
D2004-08-02 14:04
뭔가; 제가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면 감상문 만점 줬을 거 같아요.
전 파트리크 쥐스킨트씨 비둘기를 먼저 읽었어요.
그 다음엔, 콘트라베이스. 그 다음이 이 향수였는데.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
후회하지 않게 해주는+_+ 파트리크 쥐스킨트씨 같아요:)
전 파트리크 쥐스킨트씨 비둘기를 먼저 읽었어요.
그 다음엔, 콘트라베이스. 그 다음이 이 향수였는데.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
후회하지 않게 해주는+_+ 파트리크 쥐스킨트씨 같아요:)
Smash2004-08-06 05:08
옛날에 좋아했던 사람이 권해줬던 책. 그때 나는 고등어를 권했었나? (--);
구름다리2004-08-07 12:14
좀머씨
개미2004-08-16 12:56
날 좀 내버려둬!
Belle&Sebastian2004-08-24 16:34
이책 너무 재밌게 읽었지요.
Abraxas2004-09-11 07:12
재밌어요...쥐스킨트 그 사람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