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산지 3달이 되었다.
3달 만에 겨우 책의 페이지를 모두 넘길 수 있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집중이 안되고 내키지가 않았던 책은 이게 처음인 듯 하다.
물론 내가 처한 상황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했다.
무라카미 류.
들어보기만 많이 들어봤었다.
퇴폐적이다, 역겹다, 잔인하다, 섬뜩하다, 최고다,
뭐 이런 평가들도 들어보기만 했었다.
그러다 군대에서 두권의 책을 접했다.
<코인 로커 베이비즈>와 <69>.
코인 로커 베이비즈는 그야말로 신선했다.
내가 숨기려 했던 본능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야기가 파멸을 향해 치닫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정말로 파멸을 맞이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침을 흘렸다.
69는 코인 로커 베이비즈와 같은 본능을 느끼고자 구입했었다.
그러다 달랐다.
나의 본능 같은 것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저 이야기를 쫒기만 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저 쫒기만 하면 된다.
파멸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 시절에 대한 진한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건 또 그 것대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세번째, 이비사.
이 책에는 아무 것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만이 존재한다.
고문을 당하는 자의 비명.
집행장에 서있는 사형수의 마지막 변명.
그 뿐이다.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가 없었다.
이건 작가의 욕정을 풀어낸 휴지 조각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주인공 마치코에게 작가는 하나의 능력을 부여한다.
쉽게말해 초능력이다.
보다 쉽게, 거침없이 쾌락의 끝을 향하게 하기 위함이다.
등장 인물들의 역할 역시 다를게 없다.
이비사라는 장소 또한 쾌락을 위한 무대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찾는 기나긴 여정.
하지만 이비사가 찾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자신 따위는 어찌 되도 상관이 없다.
나라는 것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
오직 쾌락을 쫒는 기나긴 여정일 뿐이다.
사실 나로써는 이비사에서 그려지는 쾌락이 못미덥기만 하다.
호소력이 없다.
작가의 망상으로 밖에 들리지가 않는다.
제 멋대로 휘갈겨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바라고 있다.
우리가 그 말도 안되는 그림을 찬양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저 제 멋대로인 그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비사에 대한 개인적인 평은 다음과 같다.
"난잡하고 역겨운 싸구려다."
내용의 질도 천차만별이고
어떤책은 단숨에 읽을정도로 정말정말 재미있는데
어떤책은 일년을 붙잡고 있어도 못읽겠는게 있고
어떤 책들은 내용이 비슷비슷해서
몇몇소설 묶어서 하나로 기억되기도 해요
쓰기 귀찮을때도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