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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가 벗었다?
라디오헤드가 벗었다. 안 그래도 첫 번째 앨범 [Pablo Honey]이후 이들은 꾸준히 벗어오고 있던 터였다. 최신 유행 브랜드 옷으로 듬성듬성 몸을 가렸던 [Pablo Honey]에서 이제 비로소 자신들에게 맞는 스타일로 갈아입은 [The Bends], 그리고 속옷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입지 않았던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근사했던 [O.K Computer]까지... 이들이 옷을 하나 하나씩 벗어 갈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고 그 올바른 마음 가짐새와 아름다운 자태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좀 사정이 다르다. 위험 수위다.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쯤 되면 외설시비(?)까지 일만하다. 사람에 따라 앨범 타이틀 [Kid A]는 K=kid I=intelligence D=demand A=Advisory 즉 '어줍잖은 지식으론 해독하기 곤란합니다'란 뜻의 조합어로 해석될 위험도 지니고 있다. 이거 '18세 미만의 지성 청취 불가' 딱지라도 붙여야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번 [Kid A]는 전작들 보다 확연히 일렉트릭 사운드에 다가가 있다. 톰 요크가 예전부터 흠모했다던 왑(Warp) 레이블의 전위적 테크노 뮤지션들(어태쳐(Autechre),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스퀘어푸셔(Squarepusher))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가끔씩 아예 톰 요크의 목소리까지 빠진 연주곡이라도 들려올 때면 '라디오헤드 신보 맞아@f0'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이니 말이다. 곡 중간에 간간이 캐취되는 로우파이, 프리 재즈 그리고 복고적인 사운드만이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는 일렉트릭 사운드의 기둥에 가끔씩 일격을 가하거나 딴지를 걸뿐이다. 이전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가끔씩 구슬픈 톰 요크의 노래에 아예 고맙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이쯤 되면 두둑한 베짱으로 들리던 이들의 '어떠한 커머셜 싱글, 프로모션 비디오 발표하지 않겠다'라는 발언은 은연중에 '홍보 포기'로, 그리고 불타오르는 창작력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들리던 '[O.K Computer]와 비슷한 감성의 앨범이 바로 발매될 것이다'란 발언은 팬들을 일찌감치 두둔해두려는 노파심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 만큼 이번 앨범은 대중적 감성과 작가주의적 감성 사이에 위태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앨범을 두고 '훌륭하다' 혹은 '예술적 자위행위다'라고 평가하기 이전에 이것 한가지만은 알아두자. 실험적이고 난해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 해서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만큼의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이 모두다 이들처럼 용기 있게 자신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을 거듭하면서 레코드사로부터 얻어낸 발언권이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상식적으로 그들이 이 앨범에 담길 음악을 위해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바쳐왔다고 판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회마다 자신들의 가진 가장 진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 그 것이 바로 지금의 라디오헤드를 만든 것이다. 마치 누드 컷을 찍 듯 외면 받을 위험을 철저히 감수하고도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솔직히 보여줄 수 있는 지금의 그들처럼 말이다.
라디오헤드는 이번 앨범에서 과감하게 벗어 제꼈다. 성기와 치부까지도 낱낱이 드러나도록. 우선 그 떳떳함과 자신감에 박수 쳐주자. 그리고 우리 모두 그 모습에 익숙해지자. 사람에 따라 아직은 바로 쳐다보기 어려워도, 민망해도. 솔직히 벗은 그 모습이 익숙해지는 바로 그 때 비로소 그 속 안에 담겨진 예술의 가치를 발견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신승광(2me2you@changg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