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사는 친구 놈을 불러다가 술을 마시기로 했다.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만나자 마자,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노래방으로 향했다.
단골 노래방이다. 90분을 7,000원에 제공해주는...
다른 사람들과는 술 다음이 노래방이지만,
이 녀석과는 노래방 다음이 술이다.
이유인즉슨, 술은 목에 안좋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뽑아내는데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라고는 해도... 이 녀석이나 나나... 노래를 못부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녀석과 함께면 즐겁다.
적어도 대중 가요 신곡 리스트를 뽑아가며 달달 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이너적인 노래를 부른다고 중간에 짜르는 일도 없다.
꽥꽥 거리며 소리를 질러대도 구박하는 일도 없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기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지,
노래 솜씨를 자랑하기 위한 가요 열전 예선전을 위함이 아니다.
이 친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므흣.
한사람당 소주 2병씩을 마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다.
참으로 편하다.
이 친구에게는 어떤 얘기든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
집안 얘기를 꺼낸다.
그 친구도 집안 얘기를 꺼낸다.
물론 이 이야기의 화두는 근심걱정이다.
내가 말했다.
아직 우리 나이면 여자 연예인들 얘기나 히히덕 거리는게 자연스러운데...
우리는 왜 항상 만나면 집안 문제로 골치 썩는 얘기를 하게 되는건지... 우습다고...
친구가 힘 없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소주가 매우 썼다.
나는 성격상 벌컥벌컥 마시는데, 이 친구는 그렇지가 않다.
친구에게 술을 재촉했다.
녀석 역시 나에게 술을 재촉한다.
친구가 말했다.
항상 술 아껴먹으라고, 안주 아껴먹으라고, 서로 구박하던 우리인데...
오랜만에 서로 술을 권하고 있다고...
내가 힘 없이 웃는다. 친구도 웃는다.
전화가 왔다. 내 전화다. 아빠다.
어디냐고 묻는다. 집 근처에서 술 좀 마시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 올거냐고 묻는다. 2시쯤에 가겠노라고 말한다.
올 때 오징어 좀 사오라고 말한다. 2시쯤에 가겠노라고 말한다.
알았으니 편의점에서 오징어 좀 사오라고 말한다. 술 좀 마셔야겠다고...
또 술이다. 술이다.
그 놈의 술이다.
나나 친구는 취하고 즐기려고 마시는 술을, 나의 잘난 아빠께서는 취하고 죽으려고 마신다.
얼마전에 술에 취해 나를 붙잡아 놓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더니.
중풍 끼가 있다고 하더라, 손이 덜덜 떨리더라, 하셔놓고는 나보고 오징어를 사오란다.
안주 없이 물컵에 소주를 따라 한번에 털어 넣고는 쓴 내색도 안하는 나의 잘난 아빠다.
오징어 한마리라면... 몇 병이나 마시려는 건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오늘은 나를 붙잡아 놓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조차 없다.
전화를 끊고, 친구에게 술을 권한다.
친구도 내게 술을 권한다.
그리고... 서로를 위로한다.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