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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담요2004-01-25 17:30조회 771추천 32
버스에서 내리자, 고등학교 후배 둘이 날 반겨주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실없이 웃고 있는데,
여자 후배 하나가 "오빠, 생일 선물이요" 이러면서 작은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뭔데?"
"이따가 따뜻한 곳에 가서 열어봐요."
셋 모두 아직 식사 전이었기에, 일단은 밥부터 먹기로 했다.
여자 후배의 제안에 따라 '서안 찜닭 전문점'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따뜻하다.
조금 전에 받은 봉투를 뜯어 보았다.
핸드 케어 크림, 헤어 컨디셔너, 립케어였다.
당황스러웠다.
선물이라는 것 자체가 한없이 고마운 것이지만,
나는 이런 미용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그 후배가 모를리 없다.
나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여자 후배가 그 것의 '용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오빠가 전에, 일하느라 손이랑 입술이 부르텄다고 했잖아요."
나는 그제서야 선물의 용도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나는, 내가 느끼는 이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저 "고마워"라고 답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 짧은 한마디가 미안해서, "정말 고마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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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센조켄2004-01-25 17:53
꼭꼭 바르고 다니세요.
습관을 들이면 하나도 안귀찮아요..
전 첨에 봉투라 그래서..'오옷!' 했었는데.-_-;;;;;;;;
배추2004-01-25 22:27
상납금?캬캬캬
달리2004-01-26 05:15
우하하하하ㅏ하하
moviehead2004-01-26 09:06
예전에 아주 잠깐 과외알바를 했을 때 몇 달 봉투에 돈을 받았더니 그 뒤로는

빈 봉투만 보면 돈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봉투를 열어보는 비굴한 습관이 생겨버렸는데..;;

암튼 중요한 것은

나도 저런 후배 갖고 싶다, 악!!! 귀여워-
D2004-01-26 15:06
정말 귀엽네요; 난 왜 저런 후배 하나 없지. 여자후배도 남자후배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