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있는데 뒤 쪽 테이블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웬 여자가 자기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여자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역시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리려고 하자, 이번에는 그 남자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이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였다.
얼굴은 그저 하얗기만 한데, 술에 잔뜩 취한 모양이다.
혀가 제멋대로 꼬여버린 듯한, 듣기 거북한 목소리였다.
술을 한잔 비우고 있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깨진 소주병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또 그 아가씨다.
주인 아저씨가 와서 그 아가씨에게 주의를 주는 듯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깨진 술병을 치우고 있었다.
술을 또 한잔 비우고 있는데 문제의 그 아가씨가 화장실 쪽에서 이 쪽으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아가씨는 내 옆을 지나쳐 자신의 테이블로 향했고,
나는 그 와중에 그 아가씨의 눈을 볼 수 있었고,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굉장히 또렷한 눈이다.
굉장히 귀여운 목소리였다.
"그래, 그럼 화요일이나 금요일날 보자"라고 또박 또박 말하는 그 아가씨의 억양은, 굉장히 유쾌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시 뒤 쪽 테이블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그 아가씨다.
나는 그 아가씨의 하얀 얼굴과 또렷한 눈동자, 유쾌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확신했다.
'저 여자는 분명... 멀쩡하다.'
괜스레 그 아가씨에게... 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