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우울해졌다.
우울해짐의 이유란 그다지 밝지 못한 세상에 대한 슬픔이나
가엾게도 어린 나이에 스러진 두 초등학생에 대한 애도...의 이유도
조금은 있겠지만,
발칙하게도 나의 우울함의 이유는 그런 것보다는
나에 대한 화 때문이다.
뉴스의 전말.
가출이라고 빡빡 우겨대던 초등생 2인 실종사건은,
결국 카대 부근 야산에서 변사체로 아이들이 발견되면서 결론지어지는데,
하나는 하의가 벗겨진 채로 나무에 손목이 묶여 있고 어쩌고 하고
또 하나도 나체인채로 버려져 있었느니 어쩌느니 하는...
대충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즉, 대충 이 뉴스를 볼 만한) 사람들이라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사건의 과정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정도로
적나라한 기사가 아닌가.
뭐, 사실. 이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이다.
단지, (원래는 야후 뉴스 따위에 붙은 시시콜콜하고 쓸데없는 답글 따위는
절대 보지 않는 것이 신조이지만...)어쩌다 보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150개를 넘어선 사람들의 종종거림이
나를 자극하고,
순수한 분개 50%와 범인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소아취향 변태다, 아니다 변태 여대생이다..
등등의 빌어먹을 호기심 30%와 이상한 말싸움 20%가 버무러져
역시나 인터넷 강국 한국다운
염병할 싸움판이 벌어져 있었다나 어쨌다나...
빌어먹을.
현재 가장 한국사람다운 발상들이랍시고,
능지처참을 부활하고 전국민이 힘을 합쳐 범인을 잡아
사형시켜 버려야 한다-_- 고,
마음대로들 생각하시라고 치고,
하필이면 분개해야 할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해버리는 건 나다.
잊혀진다는 것.
얼마나 빨리.
나는 빠르게 잊어버릴 줄 안다.
잊지 않을 일은 잊지 않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잊기로 하고,
빠르게 잊어버리곤 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잊는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때는 언제나 이런 때이다.
이런 일들을 알아버릴 때,
분개하는 심정을 가지는 그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분개하며 쉽게 말을 쏘아붙이는 저 야후 뉴스의 종종이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잊어버리고 세상을 살아갈,
또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면,
없었던 일에 분개하는 것처럼 또 울화가 치밀고
또 잊어버릴,
나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순수하게 분개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리고 언제나 이런 일들에는 죄책감을 가진다.
물론,
역시나 싸구려 죄의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잊어버린다.
소극적인.
나에게 붙여야 할 수식어가 되어가고 있다.
곧 잊어버리고 말, 의미없어질 나의 분개를
후일에 알게 되어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
나는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홀로 분개하고,
그런 일 없었다는 듯 잊어버리고 만다.
가끔.
집착할 수 있다면 자신있게 분개하겠다.
죽일 놈들...
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
그만하지? 당신들도.
라고 속으로 비웃는 나까지 깨닫고 나면
경멸은 극에 달한다.
어떤 면에서는 당신이 경멸하는 사람 속에 당신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더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어쩌면 다 알면서 모른 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다)일지도. 언젠간, 지겨워질 때가 오면. 더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