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피씨방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친구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
"놀아줘."
그리고 그 친구가 일한다는 석천역 근처의 피씨방을 찾아갔다.
녀석이 나보고 얼짱에 도전해보라며 부추기는 바람에 캠 앞에서 상큼하게 포즈를 취했다.
(물론 녀석은 나를 놀리기 위해 비꼬아서 말한 것이다.)
이 친구로 말하자면, 나보다 더 사내다운 여자로써, 덩치 또한 나보다 크다.
그리고 얼마전에 게이 친구를 사귄 것이 이 친구의 자랑이다.
같이 카운터에 앉아 담배를 뻐끔 뻐끔 피우다가 퇴근 시간이 되어 함께 술집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닭도리탕과 소주를 맛나게 먹어치운 뒤, 아쉬움을 달래고자 석천 호수로 향했다.
물론 술과 안주는 필수 지참품이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는 그 친구에게 나의 변태적인 경험담까지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는 "네가 조금이나마 좋아졌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하 호호 피식-거리며 석천 호수의 야경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다가,
문득 나는 참을수 없는 추위를 느꼈다.
그 친구는 뭐가 춥냐며, 트레이닝복만 입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라며,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정말로 추웠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나는 정말로 춥다고 하소연했고, 녀석은 나를 측은히 여겼는지 코트를 벗어주었다.
뭔가 뒤바뀐것 같았지만, 너무나도 추운 나는 냉큼 그 코트를 받아 입었다.
하지만 그래도 추웠다.
나는 친구에게 춥고 귀찮아서 집에 갈 수 없을것 같다며 여관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로 추웠으며, 귀찮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전철에 올라타게 되었다.
전철에 올라타자 마자 명당을 발견한 나는 재빨리 앉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깬 나는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내 옆자리에 두명은 족히 앉을수 있을만한 공간이 비어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남녀 한쌍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탓이 아닐까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석천 호수에서.
담요2004-02-18 15:29조회 513추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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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정민2004-02-18 16:27
=_= 글쓰시는 내용이 항상 좋아요〃
담요2004-02-18 16:44
아앗:$
lullaby2004-02-18 17:03
나는 그 친구에게 나의 변태적인 경험담까지 이야기하게 되었고,
이거 궁금해요
이거 궁금해요
wud2004-02-18 17:09
석촌 호수 말고 석천 호수도 따로 있나요? 아님 픽션인지? 00
담요2004-02-18 17:13
lullaby / 비밀♡
wud / 앗! 나의 실수! [화들짝]
wud / 앗! 나의 실수! [화들짝]
haley2004-02-18 23:27
또 어떤 글을 남기실런지 기대된다는 :)
모르는사람2004-02-19 04:49
놀아줘~~~ ㅎㅎ
뮤2004-02-19 06:06
게이 친구도 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