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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na2004-02-18 19:19조회 655추천 20


지난 게시판이 날아가버린 탓에 시간상으로 정확히 확인해보기는 어렵지만;
대충 작년 즈음부터 '글'이라고 할 만한 분량의.. 자작물;을 게시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듯 싶다.

시스템적으로 글을 남겨도 좋다는 '허가'를 요하는 커뮤니티 내에선 (내게는 아직 이 곳이 유일하다)
거의 Read-Only Member 로 진화하기 전 단계; 수준으로 상주를 하고 있는 셈.


글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그저 화면 상에 둥둥 떠다니는 db덩어리 정도..도 적어내지 못하는 '벙어리'가 된 데에는 우선 몇 가지 짚어둬야 할 것들이 있을테다 - 손글씨와 그닥 친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르고. 혹은 메모장이나 노트..같은 것에 연이 별로 없었다거나. 뭔가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필기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 불성실함;이라든가.


굳이 변명거리를 늘어보라면, 나란 사람에게는 :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이슈'라든가; 혹은 '현상'을 두고 말을 뱉어내는 일은 수월하고, 남들 앞에 '내 얘기'를 솔직하게/거침없이/필요할 때 (좀 어설프지만,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늘어놓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 정도를 대야 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얘길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 어떻게 얘기해 나가야 할 지 풀어내기가 '어려워서'.

표현을 하자면 - 머릿 속에서 이것저것 단어들을 모아 '말'을 짜맞춰 내고 있을 때 목구멍..에서부터 기어오르는 형체 모를 어떤.. 이를테면 응어리 따위의.. 무언가가 치솟아 그 현장을 확 덮치는.. 그런 것이다. 그렇게 '말'로 다 조립되려다 말고 와해된 잔해들은 숨을 내쉼과 함께 머리에서 목으로, 입으로, 다시 허공으로 빨려나가고 마는.. 쓰다보니 참 유치하게 얘기가 돌변했는데 아무튼, 그런 거라고.

(애초부터 내 장기란 단어들을 모아 짜맞추고 조립하는 행위에 있었지, '글'을 쓰는 행위에 있는 건 아니었다)



왜, 길바닥 한가득 붙은 검댕들 만큼이나 사설게시판은 널렸고,

요샌 또 블로그가 유행이며 트렌드인 터, 글쓴이 제가 느꼈다는 '거시기'한 느낌이든, 발상이든, 가벼운 신변잡기든. 아니면 위에 높으신 분들 눈에 밟힐 지 모를 산문이라든지. 그도 해낼 처지가 못 되면 이것저것 자료들이라도 긁어 뿌려가며 끄트머리 즈음 몇 줄 코멘트를 다는 것 만으로도 자기 표현의 의무는 다한 셈인데, 난 왜 이 정도도 제대로 안 되는지 골이 늘 아팠었다.


그렇다고 백날 골만 아파할 잔머리 10단이 아니지. 어떻게 자기 표현 하나도 영 되질 않으니까 대화;를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할 만한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 (극히 소수의 지인들에 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을 먼저 받으면서 그에 대해 적절하게끔 피드백을 날려주는 방법.

이거 나쁜 말로 처세라면 처세랄 수도 있겠다. 대화의 중간선상에서 난 (심심이마냥) 피동적인 위치에 서있었고, 그에 맞게끔 언어를 조립하는 법을 익힌 것 뿐이었으니까. 허나 이같은 행위들은 암만 좋게 봐줄래야 '기만' 밑으로는 쳐주기 곤란할 것이며, 진솔한 '대화' 따위 호주머니 깊숙이 찔러뒀다 凸 바꿔 먹었다는 혐의 역시 벗어나기 어려울 거라고, 잘 안다. 죄질? 말할 것도 없지. 아, 가슴 한가득 찔리고 저리고. 죄스럽고.



그래서 결국, 요는, 제 얘기는 않고 뒤에서 뻘줌히 눈팅만 일삼다가 찔리는 구석 있어.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젠 진득하게, 진솔하게 내 얘기도 좀 늘어보자' 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엉덩이에 땀줄로 얼룩말이 찍히도록, 애처롭게 이 db덩어리를 쓰고 앉아있었더라..는 얘기였다.





허무하죠? 저도 그래요. 장하다 레이야.

조만간 블로그도 하나 쓸텐데,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뭐든 써버릇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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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Rayna2004-02-18 19:21
원래 밑에 777번에 들어갔어야 할 글인데,
괜히 댓글 달려있는 거 모르는 척 집어넣기가 뭐해서 따로 올렸어요.
Keeping the oxygen2004-02-18 20:23
멋있다- 내가 사랑하는 레이-♡
Rayna2004-02-18 21:37
어이;;;
눈큰아이별이2004-02-18 22:59
오 언젠간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
D2004-02-19 02:15
(흐뭇;
★★★★☆2004-02-19 02:21
음;;;;;;;;;;;;;;;;;;;;;;;;;;
★★★★☆2004-02-19 02:31
ㅋㅋㅋㅋ
……2004-02-19 04:02
히죽
ACDC2004-02-19 05:33
:)
스캇2004-02-19 08:53
:0
dan2004-02-19 09:10
흐흐흐......조금은 느끼던 것들.
방황하는20대2004-02-19 13:47
제 학번이 2001-10777이에요. 죽이죠.
R2004-02-19 14:15
저도 거의 거의 Read-Only Member 로 진화하기 전,전 단계;...
엠에센은 Log-in Only Member??....ㅎ.
단지 내 글을 읽느라고 시간을 뺏길 사람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저희 집앞에는 777이라는 버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