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D2004-05-20 15:36조회 342추천 1
중3 말기 쯔음.. 인 걸로 기억한다.
그 때만해도, 공부잘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그러한 머리 빈 로봇. 이였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같은 로봇.일지도 모른다)
반드시 예고를 가야겠다. 는 목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던 나는.
예고.에 원서를 넣지 못했다.
그 이유는 돈의 압박과 수학성적의 하락.(외갓댁 할머니가 중3 시험 둘째날 돌아가셔서 그 때 충격으로 시험을 못쳤었..다고 변명한다)
나는 썩 좋지 못한 기분으로 그 때 처음 술을 마셨고, 그 때 첫사랑에게 연락이 끊겼고(아무런 소식도 없는 일방적인 이별신고. 난 그걸 난 1달 후에 우리가 헤어졌다는 걸 알았다)
사춘기시절의 나.
마음 약한(전혀 약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로써는 이 위기를 극복하려 생각치도 못했다.
결국, 선생님의 지도로 예고가 아닌 다른 특목고인. 그림쟁이 학교로 보내졌고.
난 아무런 반항도, 얘기도 않고. 선생님이 따라주는 길을 가겠다. 하였다.
그렇게 말하고서도. 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 그런가..
칼을 자주 가지고 다녔다.
보통 애들이 가지고 다니는 그런 얇은 칼이 아닌 조금 두껍고, 칼의 길이 고정되는..
유화를 그릴 대 가끔 긁어대는 나의 어처구니없는(조금은 터프하다고 이쁘게 표현하고싶지만) 버릇때문에.
커터칼의 앞날에는 항상 두꺼운 유화물감이 약간 묻어 있었다.
그 때, 그 칼이 생각나서, 드르륵 드르륵- 거렸다.
갑자기 눈 앞이 하얗게- 되었다.
내 손이 내 손목을 얇게- 얇게 패이게 그렇게 천천히 몇번씩 긋고 있었다.
아니, 내가 내 손목을 열심히 긋고 있었다.
살고 싶었던 것일까.
왜 세개 단 한번에 박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유화물감때문에 애꿎은 손목만 줄무늬를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일까.
자살에 쓰이는 도구는 그 사람의 정체성 나타내고, 자주 쓰이는 물건이라고들 했던가..
샐러리맨은 넥타이를, 농부는 낫을..
그렇게 치면 나는 칼이 자주 쓰였던 것 같다..
자살. 자살. 자살의 충동을 느낀 내 중3 시절의 늦가을.
수면제를 살 수도, 아파트도 아닌 2층의 주택에 살았던 것에 비통함을; 느꼈던 중3 시절.
남들은 정신병자가 모는 차에도 잘 치이고, 아니면 지하철 사이에 끼여 죽고 그런다는데.
난 왜 그런 것 한번 안 당하는지.. 차라리 국민학교 1학년때 교통사고났을때 아예 죽어버릴걸 했던 중3 시절.
어떤 인간들이 자살사이트를 폐쇄한 거여? 씌발- 이라고 했던 중3 시절.
그 중3 시절이 지나.. 지금 재수생으로 오기 까지는 적은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많은 시간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시간들이 지났지만.
아직 철은 안 들었나보다.
아주 가끔. 칼이 반짝이는 걸 볼 때면 아직도 장난을 친다.
드르륵-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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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후니어리니.?2004-05-20 17:56
빛이 있으면 그 어딘가엔 반드시 그늘이 있죠...누구나..
power채소2004-05-20 23:28
전 죽고 싶다고 생각 한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못해본것도 많고
얼마 안되서 잊혀질놈이 된다는 생각이 들으니
쪼금 씁쓸해서 아직도 살고 있네요.
힘든건 나뿐만이 아닙니다. 참고 견디고 일어서야죠.
몰론 저 같은 놈이 할말은 절대적으로 아니긴 하지만요.
그래도 아직 못해본것도 많고
얼마 안되서 잊혀질놈이 된다는 생각이 들으니
쪼금 씁쓸해서 아직도 살고 있네요.
힘든건 나뿐만이 아닙니다. 참고 견디고 일어서야죠.
몰론 저 같은 놈이 할말은 절대적으로 아니긴 하지만요.
chillin'2004-05-21 05:57
alxn
나이트초퍼2004-05-21 09:46
슬픈 일이 없다면, 결국 기쁜일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R2004-05-21 14:07
절친한 친구가 걸핏하면 칼로 팔을 긁다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걸 보고는
지금도 그친구가 미워요. 중3이었을때.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금은 그때 그 일때문에 하도 울어서 안구건조증 생겼어요-라며 웃으며 말하지만. 모든 화살을 혼자서 쥐고 가버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전 괜히 화가 나거나 그 생각을 멈출수가 없어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예고 가려했던 목표나 자살에 대한 에피소드가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한것 같아서;:)
지금도 그친구가 미워요. 중3이었을때.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금은 그때 그 일때문에 하도 울어서 안구건조증 생겼어요-라며 웃으며 말하지만. 모든 화살을 혼자서 쥐고 가버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전 괜히 화가 나거나 그 생각을 멈출수가 없어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예고 가려했던 목표나 자살에 대한 에피소드가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한것 같아서;:)
Polly2004-05-21 16:27
재수생이시면 공부에 전념하시는게..
생강빵과자2004-05-22 03:43
let down, 좋은 교훈이지요.
먼저 긋고 나도 갈것이다.
먼저 간자는 모른다. 남아있는 자의 슬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