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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lullaby2004-08-06 01:15조회 373추천 5
[특별칼럼]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 홍세화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선택 당한 것이다. 줄세우기 경쟁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그대의 성적을 보고 대학과 학과가 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적성'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성적' 따라, 그리고 제비 따라 강남 가듯 시류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그대는 지금까지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고전을 앞으로도 읽을 의사가 별로 없다.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영어, 중국어를 배워야 취직을 잘 할 수 있어 입학했을 뿐, 세익스피어, 밀턴을 읽거나 두보, 이백과 벗하기 위해 입학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학원에 다니는 편이 좋겠는데, 이러한 점은 다른 학과 입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문학의 위기'가 왜 중요한 물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대는 인간에 대한 물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채, 철학과, 사회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를 선택했고, 사회와 경제에 대해 무식한 그대가 시류에 영합하여 경영학과, 행정학과를 선택했고 의대, 약대를 선택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그대의 무식은 특기할 만한데, 왜 우리에게 현대사가 중요한지 모를 만큼 철저히 무식하다. 그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민족지'를 참칭하는 동안 진정한 민족지였던 <민족일보>가 어떻게 압살되었는지 모르고, 보도연맹과 보도지침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그대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사회경제적 정체성에 대해 그 어떤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을 만큼 무식하다.

그대는 무식하지만 대중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아 스스로 무식하다고 믿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문화가 토해내는 수많은 '정보'와 진실된 '앎'이 혼동돼 아무도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생인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에 익숙한 그대는 '물질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로 이미 치환했다. 물질만 획득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그대가 무지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동아리를 선택하려 하는가, 그리고 대학가에서 그대가 찾기 어려운 책방을 열심히 찾아내려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홍세화 /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저자


ㅡㅡ 뭐지..

썼는데 없어졌다!!

참.씁쓸하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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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arch2004-08-06 01:45
찔린다....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건 대학교 다닌다고 떠들어대지 않는 것뿐.... 대학생이라는 허물은 내겐 짐이다.... 가끔 학교에서 걸어다니면 학교가 낯설게 느껴지고 대학생이라는 집단과 거리감도 느낀다.... 내가 속한 집단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난 항상 주류와 떨어져 지낸다.... 섞이기 싫어서.... 나도 어쩔 수 없는건 알지만.... 나 역시 학점과 취직에 벌벌 떠는 속물이겠지만.... 나 역시 이렇게 사는 내가 싫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나 역시 대학생인걸.... 살아가기 위해 속물이 될수 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주길.... 이 더러운 세상에선 가진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걸 알아버렸다....
ChaOsMoS2004-08-06 03:31
대학교라는 것... 고등학생일떄는 하나의 절대적 목표로.. 희미한 행복의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것... 막상 접하게 된 대학이란 공간은 너무도 처량한...어쩌면 허망한 존재가치를 지닌채 죽어가기만을 바라는 빙하기의 매머드 같은 존재..
St.summer2004-08-06 04:49
홍세화씨 말은 구구절절 옳음..-_-
2004-08-06 04:55
ㅠ.ㅠ
Smash2004-08-06 05:04
내가 길을 열여줄테니 걱정하들 말어라 중생들아~
국문학 : 박경리, 김승옥, 이상
외소설 : 괴테, 보르헤스, 까뮈, 스콧피츠제럴드, 도스토예프스키
역사학 : EH carr, 베른하임, 신채호
경제학 : 알리스, 애덤스미스, 마르크스, 잭트라우트
현대사 : 조정래, 김지하
철학 : 비트겐슈타인, 헤겔, 하이데거
음악 : 톰욬, 커트, 빌리코건, 케빈쉴즈, 지미헨드릭스
미술 : 미술관좀 다녀라~
보고, 듣고, 읽고, 느끼며 살거라......안그러면 무뇌충된다.
나나2004-08-06 05:06
-_-
R2004-08-06 05:19
난 다섯번째 단락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던 게으르고 무식한 대학생

smash/복학생 선배님 같으시네요;;
★★★★☆2004-08-06 06:12
연애학은 없네~ ㅋㅋ
power채소2004-08-06 06:50
맞는말인듯....흠..;;
암울한생물2004-08-06 07:51
잃는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믿음으로 뭔가 얻는 중일거라 생각하고 그냥 살고 있음 .
Rayna2004-08-06 09:06
이 글을 처음으로 접했던 곳이 진보누리 게시판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마 작년 초였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도 여기저기 많이도 스크랩 되어있는 걸로 봐선, 역시 홍세화씨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글쎄요. 그 때나 지금이나 전 이 글에 쉽게 동조할 수가 없는 것이.

당시 제가 악역을 자처해가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개념을 바로잡아 주려 했던 의도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논조는 위험해요. 조중동에서나 나올 법한 세대론을 등에 업고 무식을 질타하는 부분은 더욱 그렇고. 그 해결방안을 책이라는 매체에만 한정지은 채 [무식한가, 아닌가]를 따지려는 듯한, 마치 8-90년대 운동권들이 향유하던 지침과 같은 것을 여과없이 끌어다 왔기에 특히나 더.

여담이지만. 내후년에 어찌어찌 대학 들어갔더니 선후배분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 끌려나와선, 저 글 복사본을 뿌리고는 '너희들은 아직 멀었어' 하며 눈 내려까는 인간을 보게 될까봐 겁나요. 큭큭;
St.summer2004-08-06 10:29
Rayna//꽤 오래된 글이군요-ㅁ-;;

Meditation2004-08-06 10:35
자기는 안그랬다는 듯이 얘기하는데..
MarineSnow2004-08-06 11:08
'자신의 무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정곡을 찌르네요.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는 나를 보면서..정말 맘에 안들지만..이제는 그렇게 느끼는 것도 너무 드문 일이라..그게 더 슬프군요. 정신차리고..티비끄고, 오디오끄고, 제발....이 인터넷도 끄고..
철천야차2004-08-06 11:46
rayna/ 너의 그런 지적은... 내가 보기엔 홍세화씨가 저 글을 쓸때,
스스로도 알고 계셨을 거란 말이지.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썼겠니.. =_=

smash/ 소설책만 읽고 현대사 공부가 됩니까? ㅡㅡ;;
meditation/ -_-;;

철천야차/ 빠살로 쏭그라스 얄라맘보 지기지기
oxicine2004-08-06 12:12
smash/ 헤겔, 하이데거는 좀 위험;;
capi2004-08-06 12:36
(난 왜 근데 화가 나지...;; )
히로스에료코2004-08-06 14:27
하이데거-0-;; '존재와 시간' 용어해설집을 옆에다 두고도 읽다가 중도 포기했다는 ㅠㅠ
카탄2004-08-06 16:03
자기는 안그랬는지는 알수없지만, 별로 동조할수는 없는글.
차차2004-08-07 01:59
아. 찔려
Radiohead2004-08-07 16:11
글세요 동조하고 안 하고 개인 차이고 내가 보는 입장에선 대부분이라는 말이 어울리네요.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 절대적으로 평가를 내릴 순 없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자신만의 가치관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이라는 거죠. 그 점에 있어서 애석하게 생각해요. 무엇을 하지 않는다고 삶이 아주 망가지는 건 아니거든요.
달리2004-08-07 16:37
다섯번째 단락이 아주아주 옳네요
Gray2004-08-07 18:51
smash/다른건 저 역시 무식한 대학생을 갖 탈피했지만;; - 물론 '무식한' 에서의 탈피가 아니라 '대학생' 에서의 탈피지만 - 음악 부문에 채택된 인물들에 살짝쿵 테클.
포르말린2004-08-08 16:09
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