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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saramazi2004-08-11 02:17조회 378추천 17
과외하는 놈한테 소리질렀다..
정확히 말하면 과외받는 놈한테 잔소리를 늘어놓은거지...
과외란거... 그냥 가서 문제 좀 풀어주고... '알았지?' 라고 해서...
'예~'라는 대답만 얻어내면 되는 아주 고부가가치사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학생을 맡으면서부터 약간 달라졌다.

공부는 죽어라고 안하는 녀석...
내가 맡은 역할이 그놈 공부하게 만드는 거니까... 답답하기 그지없다...
왜 안 하는걸까... 하면 성적이 오를텐데...
그러면서도 그녀석은 매일 핑계에 불만투성이다...
어제는 어째서 바빴느니... 공부가 안 되느니...

그러다 어제는 내가 화가 많이 났다.

평소때도 과외할때면 내 기분은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한다.
재밌게 할때는 내가 미쳤나 싶을정도로 오바하고 열정적으로 수업하다가도...
뭔가 맘에 안 들기 시작하면 목소리 쫘~~악 내려깔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공포분위기 조성은 으레 계획된 일들이다.
'이녀석이 기어오르네... 화를 내야 되겠는걸...' 하고 의도적으로 화난것 처럼 행동한다.
( 물론 화가 나기도 했다. )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두번, 세번을 가르쳐줘도 도대체 모르겠단다.
'저번에도 가르쳐줬잖아'
나는 버럭 화를 낸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 화나는게 아니다..
모를 수도 있지... 인간이란게  뭐든지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이 녀석이 모르는 이유가 공부를 했는데 기억력이 나빠서 기억을 못하는게 아니라..
아예 공부를 안한 것이다..
화가 난다...
답답하다...

난 가만히 있는다...
'까먹을수도 있지요...' 그녀석 궁시렁댄다...
난 또 화가난다... 순간 공포분위기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그때부터 난 10분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석 스스로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노력하는건지 겉모습만 그런건지 알수는 없다...
10분이 지나고... 그래도 내가 과외선생인데 가르쳐야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다시 가르치기 시작한다. ( 아까 몰랐던 부분은 그냥 넘어가버렸다. )

10시... 과외가 끝나고..
난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시작한다.
'세상이란게 말이야... 절대로 만만한게 아니거든...'으로 시작해서
'근데 넌 도대체 뭘하고 있는거야...'
'사람들이 그렇게 먹고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넌 뭘 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대충하면 될것 같아?'
'그냥 만만해보여?''
'자신있어?'
'넌 할 수있는게 공부밖에 없어.. 공부를 해야돼'
어느새 이야기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 그리고 '네가 할 수있는건 공부밖에 없다'
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렇게 15분을 술한잔 걸친 샐러리맨이 후배한테 인생얘기를 하듯이
설교를 늘어놓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웬지 기분이 착잡하다...
뭔가 내가 너무 늙어버린 듯한 느낌...
나만의 잣대로 그녀석을 평가해서 뭉게버린 느낌...
뭔가 이제 새로운, 참신한, '내가 세상을 바꿀거다'라고 떠들어대던
나 자신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는 그렇게 외치고 있는 그녀석에게
난 '세상은 바꿀수가 없어... 네가 바껴야돼'하고 뭔가 어른스러운 한마디를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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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김세영2004-08-11 03:34
다음시간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들고 가서 기분좋게 만들어주세요 ^^
Utopian2004-08-11 05:21
KMH같아서 짜증나는......(회상중)
lullaby2004-08-11 10:09
돈벌기가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ㅡㅡ;;
Meditation2004-08-11 12:36
사람 가르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철천야차2004-08-12 11:27
아.. 고약한 녀석이 걸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