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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캐서린2004-09-24 02:55조회 396추천 3

"넌 이야기를 들어주는 타입이니?"

라고 물어봐서 잠시 당황했다.
타입 따윈 이전까지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데다가,
여태까지 내가 말을 별로 하지 못해서,
그녀를 따분하게 한 모양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한 터였다.
마땅하게 긴 대답이 없어서,
작게 웃으며 '네' 라고 말했다. 그녀도 웃었다.

지금 와서 따지고 생각해보면,
정말 나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타입인 것 같다.
둘이서 이야기 할 땐 특히 심하다.
남이 뭔가 화두를 던지기 전까진
한숨만 수없이 내뿜을 뿐, 절대 말이 없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별다르게 할 말이 없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엔 실패한다.

이야기가 약육강식의 세계라면,
나는 항상 잡아먹히는 토끼 신세인 것이다.
그것도 깡총깡총 뛰는 것도 불가능한 토끼다.
나 역시 내가 말이 없다는 게 슬프다.
심지어는 심한 장애까지 느낀다.
자꾸 할말이 생각나서
남을 기쁘게 해준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위로를 해주고 싶고, 달래주고 싶지만,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커다란 비극이다.
결국 어느 드라마의 대사 한토막을 가져다 사용하는
내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 너무나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한심했다.
그리고 행복하지만 슬프다.
나에겐 그녀와 함께 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다.

나는 '사랑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멍텅구리.

-결국엔 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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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2004-09-24 03:54
ㅡ,.ㅡ;; 치명적 반전
나무2004-09-24 04:11
충격이 컸어요 ㅠㅠ
부끄럼햇님씨2004-09-24 05:23
아 나도 이런생각 많이 하는데..
Utopian2004-09-24 12:15
슬픈얘기군요
He`sinmyblood2004-09-29 05:35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