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무 국의 형상을 한 국을 끓이셨다.
아니, 북어 국의 형상일지도 모른다.
하여튼간 쇠고기 들어가고 무 들어가고 회 들어간 기름 동동 뜬 맑은 국이었다.
밤늦게 집에 왔더니 엄마가 국이 맛있다고 밥먹으란 소리를 하셨고, 동생이 그 소리에 해물잡탕이라고 했다.
엄마는 발끈하셔서 그게 무슨 해물잡탕이냐고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밥은 안 먹고 남아있던 식빵을 해치웠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이 국에다 회를 넣었다고 투덜대고 있었다.
부시시 일어난 나는 멍한 눈으로 동생이 국에 들어 있는 희고 미끄덩하게 생긴 것을 먹고 있는 걸 보았다.
그렇다.
엄마는 그 국에 '회'를 넣으셨다.
언제 먹었을지 모를 회를 냉동실에서 꺼내어 '회'를 넣은 것이었다.
난 겁에 질렸다.
"엄마, 나 저거 못 먹겠어.."
그러나 엄마의 압박, 견딜 수가 없었다. 몇 대 맞으니 국이 알 수 없는 힘으로 날 끌어당겼다.
이게 대체 뭘까?
내가 아까 본 건 무였다.
그러나 회는 분명히 들어있었다.
나는 회처럼 보이는 뭔가를 찾았다.
회처럼 보이는 뭔가는 팔팔 끓는 물에 노랗게 익어있었다. 북어처럼 보였다. 맙소사.
나는 젓가락으로 그 녀석을 집어 끝만 살짝 떼어 먹었다.
북어치곤 통통하고 질기지도 않고 야들야들했다.
해물을 징그럽게 싫어하는 나는 징징대며 말했다.
"차라리 복어를 넣었으면 맛있게라도 먹을껄."
"북어는 뭔 놈의 북어."
침묵.
엄마는 내 말의 오류를 발견하셨다.
"니가 끓여 니가. 맨날 맛없다고 하지 말고. 복어로 국을 끓일 수 있으면 끓여봐라. 어?"
동생이 말했다.
"복어로 국을 끓이면 먹고 죽는거 아냐?"
복어와 북어는 항상 헷갈린다.
"왜 국을 끓이는 데 회를 넣어? 어? 복어국이면 복어를 넣어야 할 것 아냐!"
결국 나는 그 회처럼 생긴 것만 엄마가 화장실 갔을 때 다 버렸다.
"뭐 이런 게 들어가 있냐?"
며칠 후 그 국을 드신 아빠는 그 국에서 고추의 긴 꼭지를 찾으셨다.
엄마, 제발, 퓨전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