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통증과의 전쟁
캐서린2005-01-18 04:20조회 365추천 5
전혀 손에 품어보지 못한 액수의 물건을 사려고 하면 왠지 망설여진다.
혹여 사자마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누구에게 내 돈 내놔를 외친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물건을 고를 때부터 비를 머금은 먹구름처럼 치밀어오른다.
그러던 와중에 어머님이 덜컥 노트북을 구입하셔버렸다.
물론 여동생이 일당십으로 아첨군 십상시 노릇을 톡톡히 했겠지만,
어머님은 짐짓 근엄하게 '내가 필요해서 샀어'라고만 말씀하셔버렸다.
가족돈은 내돈, 내돈은 내돈. 이라는 의식에 입각해,
나는 강력하게 노트북 환불에 대한 상소문을 올렸다. 하지만 곧 찢어발겨졌다.
집에 pc는 한 대뿐인데, 사용권한이 남자쪽으로 너무 편중화되었다는게 이유였다.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나는 쓸데없이 컴퓨터를 차지할 때가 많고,
아버지는 바둑에 한번 열중하면 장장 6시간 롱런을 하신다.
오히려 '잘 사셨어요'라고 부드럽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
라는 생각없이 그저 환불이었다.
왠지 요즘 모녀도 후회하고 있나보다.
복잡한 설치문제서부터 설정까지, 막히는 부분이 많은 모양인지
어제는 나에게 AS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노트북만 두들겼다.
나는 지금 등이 무척 아프다.
그놈에 노트북이 뭔지, 그놈에 권한이란게 뭔지, 그놈에 바둑이란게 뭔지,
내가 사지도 않았는데 후회를 하고 있는 꼴이란,
남극에 눈이 내리는 것만큼이나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하여간, 이미 샀고, 할부는 시작되었고,
U2,RAdiohead 음반들은 다운받아지고 있고,
나의 상소문은 이미 찢어져 있으니,
운명에 순응하며 등에 파스나 붙여야겠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