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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school black metal

elec2005-01-24 03:57조회 475추천 1
입시에 관한 갖은 절차가 적당히 마무리 된 요즘. 지난 동안 받아두었으나 듣지 못했던 엠피삼들을 섭렵하기 위해 탐사에 나섰다.

스크롤바를 내리던 도중, 몇 년 전에 아주 좋아하여 즐겨들었던 북유럽의 블랙메틀 음악들이 눈에 띈 것이다.
다시 들어보니, 여전히 좋았다.

나는 키보드가 끼워진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블랙메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질은 좀 떨어지지만 날카로운 리프들로 밀어붙이는 저예산 블랙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얼핏들으면 데스메틀과 비슷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잘 들어보면 데스와는 다른, 날카롭고 차가운 맛이다. 듣고 있노라면 북구의 침엽수림에서 트롤과 기사단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할까?

대학에 가면 이 앨범들을 다 사모아야지 하는데, 블랙메틀을 전문으로 찍어내던 레이블이 망해서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다.

블랙메틀의 가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그다지 사악한 가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밴드들 가운데에는 사타니즘이나 나치즘에 경도되어 참으로 아스트랄한 음악을 내뿜는 경우도 있지마는,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들의 가사를 살펴보면 신비스럽다고까지 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그들의 사상적 배경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사타니즘이 아니라, 바이킹이나 북구의 전설 등에 기초하기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기독교를 증오하고 배척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북구의 신들에 비해 '나약해 보이는' 기독교의 특성 때문이다.



꽤 된 일인데, 프리징군의 "소개"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 사이트는 거의 대부분의 락음악을 사탄의 음악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별로 연관성이 있지 않아보이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얽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교와 일종의 교화 차원에서 만든 곳인 모양이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에 몇몇도 나의 이런 음악취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시끄럽다면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괜찮았지만 '사탄'을 운운하면서 "충고"를 할 때에는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가끔씩은 어떤 어른들께서 그런 음악은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니 듣지 말라는 말씀도 하고 그러셨다.

많은 생각을 했다.
나 자신도 태어나서부터 쭉 교회를 다니고 있고, 신실하다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에게 교회 잘 다닌다 소리는 들을 정도로 퍽 성실한 편이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심적 동요를 일으켜 살인을 꿈꿔본 적도 없고, 그냥 좋아서 듣고 즐기는 것이다.

물론 데스메틀 밴드들 중에는 사타니즘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과격한 밴드들이 있다. 그리고 블랙밴드 사이에서는 그들끼리 싸움과 교회방화,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아니 정말 배워선 안될 것이다.

그건 듣는 사람 문제 아닌가.
설사 그들이 사악으로 가득찬 어휘를 내뱉는다 하더라도, 음악에서 들려오는 중량감과 그로울링의 긴장감만을 취해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내가 그쪽으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다.

그들이 듣는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타니스트들에겐 그것도 그네들 나름대로의 선교이므로. 또 너무나 어린나이에는 휩쓸릴 우려가 크므로) 굳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자체를, 사상을 밑바탕으로 판단하고 재단하려 하는 자세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학에 가면 가장 먼저 돈을 모아, burzum의 음반을 모으는 데 주력할 것이다.


사족 : 서로에게 뭐라고 안했으면 좋겠다. 제발 좀 가만히 놔 두었으면.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서로에게 피해만 가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 대로, 안믿는 사람들은 안믿는 사람들대로 서로를 존중해주었으면 한다. 지독하리만치 짜증나는 포교활동, "기독교는 다 X같은 거야",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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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히로스에료코2005-01-24 07:00
저도 한때는 부루탈데스까지 듣기도 했어요, 글쓰신분처럼 기독교인이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사타니즘이다 뭐다 하면서 그런 음악 듣지말라고도 했지요, 저는 단지 익스트림음악의 무겁고 거친 사운드를 좋아할뿐이었는데 주변에서는 그게 아니다고 해서 좀 짜증났었죠,

물론 음악도 문학처럼 포교의 목적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러한 목적 이전에 단지 음악을 즐기는것뿐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친 리프와 터질듯 질주하는 투베이스드럼 소리와 그로울링을 좋아할뿐,, 하지만 사람들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답답하죠,,

오래간만에 마덕의 음악을 들어야겠네요,,
Meditation2005-01-25 04:26
CCM만 자꾸 듣다보면 정신건강에 해롭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