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란 것은 메모지와 같다.
마치 뷰티풀 마인드의 내쉬가 폐가에 잔뜩 붙여놓은 스크랩들과 같다.
대신. 그 스크랩은 모두 자기가 써놓은 글들이다.
그리고 그 글들은 모두 그 당시의 자신을 써놓은 것이기도 하다.
(글의 주제가 어떻든 글 자신은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세삼스럽고 전에도 한번 했던 말이고 행동이지만.
어떤 글을 보고 다시한번 난 여기서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보았다.
참 한심스럽고 수치스럽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건 내가 그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는 것일까.
그 문제는 당장 중요치 않다.
나는 그 글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 내 솔직한 심정이다 이게.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자신의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은 보이기 싫을 것이다.
현 시대에 정신이 멀쩡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난 지우고 싶었다.
혹여나 누군가 그 글을 보고 날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혹여나 누군가 그 글을 보고 날 이렇게 바라보지 않을까.
혹여나 누군가 그 글을 보고 날 이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다 같은 말이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거지?
난 뭐가 되는거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이다.
그래서 난 그 글들을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 글들을 지우지 못했다.
그 것들도 모두 '나'이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모습들이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그래서 아니라고 부정한데도 결코 남일 수 없다.
설령 내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고 해도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지우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 조차도 간직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것들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숨기는건 상관없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말자. 이건 내가 아니었다고.
나를 직시하자.
그렇다고 되돌아 보고 고칠건 고치자 등의 역사학, 정치적인 말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직시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자.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같다고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둘은 다르다.
지금의 나는 현재의 나인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면
이젠 남을 이해하면 된다.
자신은 과거에 얽매이길 싫어할 것이다.
당연히 과거와 현재의 나의 모습은 다르다.
남도 마찮가지다.
상대를 과거의 상대로 보지 말고 현재의 상대로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볼 때 마다 그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닌 새로운 그들인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다. 이게.
다시 돌아가서.
혹시 주의깊게 봤는진 모르겠지만 난 '아직은' 지우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즉. 후엔 어쩌면 지울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래.
싫은건 싫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
벽에 붙여놓은 스크랩들은 언제든 뜯어낼 수 있다.
내 글들도 마찮가지다.
뜯어내지 말란 법도 없는거고. 누가 뭐래도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니깐.
굳이 붙여놓고 있지는 않아도 되겠지.
다음에 내가 지금처럼 나의 이전 글들을 다시 보게 될 때 난 그 것들을 지울 것이다.
후에 내가 다시 벽면을 새로운 글들로 가득 채울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붙어있는 것들을 모두다 떼어낼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벽에 붙어있는 내가 쓴 글귀들을 떼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