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전화벨이 나의 잠을 깨웠다. -나는 누나가 쓰던 상태 그대로 핸드폰을 쓰고 있는데,
애 엄마의 핸드폰 벨소리라기에는 정말 너무 요란하다!-
평소 나와 친한 김상병이었다.
김상병은 내가 속한 분대의 바로 위 선임으로써, 대구 사나이다.
휴가를 나온 이래로 부대에서, 그것도 선임한테 전화가 걸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수줍게 백마, 라는 경례 구호를 붙여주고 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에게 할 말이 있어 전화했단다.
이야기는 두가지다.
하나, 분대장에게 그간의 행패들에 대해 조심스레 지적을 했단다.
나의 분대장 이병장은 얼마 전에 진급을 했는데, 나이가 스물 여섯이나 된다.
지금까지의 내 1년이란 시간이 10년의 세월처럼 여겨지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병장은 쉽게 말하면 나이 값을 못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어지곤 했는데,
이유인즉슨 내 말은 언제나 중간에 도려내지고 그의 이야기만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꽤나 보수적인 사람으로써, 보상 심리가 이 사람의 70%를 이루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해 온 것을 나에게도 강요하길 좋아하는데, 내가 볼 땐 그 이상을 강요하는게 분명하다.
이 인간의 악행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행군 중에 뒤에서 다리 걸기, 관등성명 계속해서 대게 하기,
(자신의 계급과 이름을 답하는 것으로써,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재밌다는 이유로 200회 이상 반복해본 적도 있다.)
이동 중에 뒤에서 총기 분해하기,
(그러면 나는 계속해서 총번을 대주어야 하고, 이동하면서 총을 다시 결합해야 한다.)
태권도 승단 심사를 위해서라며 다리 찢기, 암바 걸기, (암바는 레슬링 용어라고 알고 있을 뿐이다.)
게임을 하자며 꿀밤 때리기, 기타 등등 자질구레한 것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는 이런 것들에 대해 단 한마디로 일축하곤 했다.
<너희들과 친해지기 위한 장난이야>
이 것이 스물 여섯 먹은 아저씨의, 분대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이다.
참고로, 나는 휴가를 나오는 당일까지 이 인간에게 붙잡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이 인간의 장난은 다음과 같은 식이다.
괜히 시비를 건다, 인격 모독까지 서슴치 않으며 괴롭힌다,
표정이 구겨지면 표정관리를 안한다며 흥분하여 난동을 부린다.
이에 전부터 나와 김상병, 그 밖에 모든 분대원은 이 뭣 같은 상황에 대해 토론을 하고는 했는데,
결국 김상병이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야기는 대충- 내가 복귀하면 다같이 모여서 회담(?)을 해보자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복귀하자마자 위의 주제들로 인해 붙잡혀서 시달릴 생각을 하면 머리 속이 하얘지긴 하지만,
얼마든지 폭로해 줄 자신은 있으니 괜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 둘, 내가 휴가를 나올 때, 우리는 다른 부대에 파견을 나온 상태였다.
파견 멤버는 내가 속한 1소대와 언제나 이런 파견에 빠지지 않는 포반, 이 두 집단이었다.
우리 부대는 4월이면 강원도로 4주 짜리 훈련을 받으려 간다.
그리하여 얼마 전 부터 비어있는 자리를 매꾸기 위해 신병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휩쓸려 들어온 포반의 신병 하나와, 권상병이 현재 다른 곳으로 격리되어 있는 상태란다.
이유인즉슨, 근무지에서 둘이 주먹으로 치고 받고 싸웠다는 것.
이 신병은 아직 100일도 안 된 상태였고, 권상병은 위의 김상병과 동기이다.
둘이 싸울 이유라고는 전혀 없고, 군대에서 병사끼리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하극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상대가 권상병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나는 속으로 그 신병을 응원하거나 합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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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나자 굉장히 피곤해졌다.
역시 휴가 나와서 군대 얘기를 하고, 생각을 하는건 굉장히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여기까지.
어쨌거나, 앞으로의 군생활이 재밌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