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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캐서린2005-05-06 12:57조회 424추천 6

아침부터 오른팔꿈치가 간지러웠다.
처음엔 샤프심의 한 점 만큼의 반경만 간지러워서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제서 긁기 시작했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정확히 어느 곳이 간지러운지 알 수 없었다.
팔꿈치 끝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긁으면 시원한 느낌이 없고 계속 간지러워서
결국 반점처럼 벌겋게 자국만 남았다.
나는 화가 났다.

팔꿈치를 주먹으로 쾅쾅 치고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보기도 하고
후후 불어보기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몹시 간지러워졌다.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나는 히히 웃었다.

팔꿈치를 긁으면서 히히 웃었다.

왼팔을 들고 오른손으로 팔꿈치를 긁으며
벌건 얼굴로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

'TV에서 뭐 재미있는거 하니?'

TV에선 창작 동요회가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도 보지 않고 팔꿈치만 긁고 있어서
그냥 '아니' 라고 대답했다.

'너 지금 엄청 웃긴거 아니? 미치겠다'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 거울 앞에 가져갔다.
턱을 팔꿈치로 대신했다뿐이지
유명한 원숭이의 포즈와 흡사했다.
가뜩이나 웃고 있는 것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더더 꺄르르 웃어제꼈다. 여전히 간지러운 것은 낫질 않았다.

아무래도 연고를 바르는 편이 좋겠다싶어서 약국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두 번 넘어졌는데,
처음 넘어졌을 때는 이마가 까졌고
두번 넘어졌을 때는 무릎이 까져서.

나는 너무 아파서 이마를 만지고 무릎을 만지고 팔꿈치를 만지고 했다.
마치 성호를 긋듯이 팔을 움직였다.

연고를 바르고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제법 웃었다' 라고 혼자 속삭였다.
그리고 팔꿈치에게 감사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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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B&B2005-05-06 14:47
슬픈걸요..ㅣ;
철천야차2005-05-07 02:58
연상을 해 봅니다... #_#
근데 그렇게 문득 자기 자신의 우스운 모습에 혼자 웃을 때
그런게 참 좋은 거 같아요... (뭔 말인지;;
Meditation2005-05-07 05:06
아아..
생각하니까 저도 팔꿈치가 간지러워졌어요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간지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