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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

암울한생물2005-05-23 11:59조회 434추천 5
내가 자주 가는 곳에는 언제나 내 자리가 있다.

갈 때마다 내키는대로 앉는 기분파의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예민한(!!!??)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정해놓고,

늘 그곳에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며,

심지어는 불순한 의도없는, 혹은 그날의 희생자가 될 가련한 경쟁자와

묘한 심리전을 벌이기도 한다. '내.자.리'를 두고 말이다..


공공 장소의 내 자리라니..


1. 지하철에서의 내 자리는 지하철 전동차 맨 첫째칸 문 앞이다. 잡고 있을 문고리가 있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으면 딱 좋다. 그곳은 또한 소형 카세트와 바구니를 들고 전동차 한바퀴를 순례하시는 분들의 터닝 포인트이며, 등을 완전하게 한쪽 면에 기댄채 천장을 바라보는 대범한 영혼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이 간혹 나를 방해하지만, 나는 내자리를 고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강적은 청량리역에서 밀려드는 보따리르 든 할머니 무리다. 나는 그들에게서 내 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 밀려밀려, 중앙까지 밀린 나는 내 자리 탈환의 기회를 노리며 할머니들을 주시한다. 겨우 자리 때문에 할머니들을 증오하고있는 나 자신에대하여 부들부들 떨며 분노한적도 있다.

2. 강의실에서의 내 자리는 앞에서 두, 세째 라인에서 최대한 사이드로 밀어붙인 구석이다. 중고등학교 교실로 치자면, 1,4분단 첫째줄 쯤 될 것이다. 소형강의에서는 (그곳에는 워낙 폭이 좁아서 사이드의 개념이 없으므로) 최대한 선생님으로부터 멀리도망가 있는다. 뒷문 바로 앞자리. 그러나 대형강의에서는 앞줄의 사이드가 가장 안전(!) 지대이다. 여기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가지를 해보았다. 간혹 나의 자리를 빼앗는 매너없는 무리들이 있다. 나는 달려가서 일어나달라 . 고 말 절대 못 하고, 그 근처에 앉으며, 또한 째려본다.

3. 도서관 열람실에서의 내 자리는 규칙 없다. 최대한 구석탱이다. 이것은 너무나 명료한 규칙으로, 열람실의 모양은 워낙 다양해서,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허나, 뽀인뜨. 추운 겨울의 지나친 구석은 벽면에서의 냉랭한 복사에너지 때문에 열라 추울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한다. 에어콘이 있는 구석도 안된다. 사람들이 주목한다.


음, 요약하고 보면, 셋다 "최대한 구석으로, 기대기 편하게, 사람들 눈에 안 띄게'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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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마원국2005-05-23 12:17
멋지군요..
눈큰아이별이2005-05-23 13:33
니가 잭 니콜슨이냐
이랑2005-05-23 15:09
1번 왠지 동감 ㅎㅎ
luvrock2005-05-24 00:13
2번예에서 첫째줄정도라면 범생라인아닌가? 화장실은?
암울한생물2005-05-24 13:00
앗 화장실도 있어요. 반드시 장애인화장실... (넓어서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