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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훔.

Radiohead2005-09-15 13:23조회 465추천 4
소주가 마시고 싶은데, 별로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고.

그래서 나는 혼자 술을 마시기로 정했다.

집에서 컴퓨터로 이것저것을 하며 술을 마시는 재미는 꽤나 쏠쏠하다.

눈 앞에 오징어와 전어가 아른아른 거려, 나는 저 멀리 있는 3단지 횟집까지 걸어 갔다.

가끔은 우리 2단지에도 오징어회를 파는 차가 있었던 것 같아서, 한번 그곳에 둘러 봤지만

오늘은 없었다.

결국 3단지 까지 먼 걸음을 했고, 그곳까지 걸어가면서 전어냐, 오징어냐 정해야만 했다.

가을은 전어가 제철이라지만, 오늘은 웬지 오징어.

횟집에 다다러서야 나는 오징어로 정할 수가 있었고,

아주 능숙한 척을 하며 가게 안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줌마, 아저씨에게 물었다.

"오징어는 어떻게 해요?"

나의 질문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아저씨 였다.

그렇지만 오징어를 건지러 간 것은 아줌마 였다.

나는 잠시 가게 앞, 밖에서 회를 먹고 있는 3 테이블에 아저씨들을 보면서

뻘쭘하게 오징어 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징어 두 마리를 회 치는데는 약 7~8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전어를 사러 온 아저씨 둘이 있었다.

나는 전어의 가격이 궁금했기 때문에 그 아저씨들과 아줌마간의 오가는 대화에

신경을 써서 들었다.

전어는 10마리에 만 오천원 이였다.

나는 잠시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 전어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지만 오늘은 오징어 였다.

곧, 나의 오징어는 아줌마의 손에서 내 손으로 옮겨졌고, 나는 만원짜리 하나를 건내며

그것을 받았다.

그리곤 필까 말까 망설이다, 담배를 하나 물고는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집 앞 자주가는 슈퍼에 들러 소주 2병과 레종을 한갑 샀다.

그리고 웬지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에 누가 볼까 싶어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 왔다.

집에 오자 웬지 모를 기쁨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는 젓가락 하나를 챙기고, 횟집에서 준 고추장을 그릇에 옮긴 후,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윈엠프를 실행시키고는

오늘 같은 날 듣고 싶은 Janis Joplin과 Velvet Underground를 틀었다.

랜덤으로 돌려 놓고 오징어회의 포장을 벗기고 소주의 뚜껑을 땄다.

먼저 흘러나온 벨벳의 노래와 함께 나는 소주를 한잔 마시고 오징어를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야설을 쓰기 시작했다.

벨벳과 제니스의 목소리가 내 귀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나는 꿋꿋하게 야설을 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건 우리 누나가 들어 왔기 때문이다.

야설은 잠시 멈추었지만 나의 음악과 소주는 계속 된다.

지금은 벨벳이 내 귀를 간지럽힌다.

더러운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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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카카2005-09-15 15:15
목동 3단지??
녀찬2005-09-15 15:50
과연 제니스 조플린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소주 그리고 레종의
조화는 얼만큼일까..

멋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