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같이 부스를 지키던 일행을 먼저 해운대로 보내고,
혼자 남포동에 남아 허우 샤오시엔의 [최호적시광]을 본 후,
해운대로 돌아와 바닷가를 십여분 걸었다. 지금쯤 영화가 끝났겠지?
시간을 확인하고 K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정에 없던 GV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나는 메가박스로 이동했고 K는 나를 맞이하기 위해 GV중인데도 먼저 밖으로 나와있었다.
나는 파도 소리 때문에 잠들 수가 없었다.
파도가 뱉어내는 하얀 거품처럼 여러가지 감상이 머리 속에서 발라졌다.
계속되는 파도 소리에 나는 잠들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괴로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파도 소리 때문에.
멀리 수평선 위로 어선의 불빛들이 어둠에 번져있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얼핏 보았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대며 아는 척을 했고, 그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내가 막 전역했다고 하자 그는 전역이 80일 정도 남았다고 했다.
벌써 10편의 영화를 보았다고, 내일 아침에 부산을 떠난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대화를 나누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하려는 찰나 그가 핸드폰을 꺼냈다.
아. 이래야 하는 거구나. 계속 연락하겠다는 의지인가? 그런데 정말로 내게 연락을 할까?
나도 그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락을 할 것이다.
그의 전역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기억하기도 쉽다.
그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 녀석. 은. 방송반이었고, 멀리 원주에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타지에 오래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있는 고1 방송반 학생이라.
녀석은 우리가 음악수업시간 전에 미리 음악실에 이동해 있을 때면
피아노 앞에 앉아 푸른하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멜로디를 연주하곤 했다. 녀석은 여자친구에게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낭송"한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테잎에 녹음해 부쳤다고 헀다.
나는 토했다.
느끼한 놈. 하지만 부러운 걸.
여자친구는 잘 있냐고, 물어보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7년 전 얘기다.
둘은 아마 헤어졌을 것이다?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