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솔직히 '가장'이라는 말을 붙이면 비웃을 사람들 이 곳에 많을 것이라는 사실, 나도 잘 알지만, 난 정말 그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만큼 그 영화를 좋아해요. 난 오히려 그렇게 비웃는 것 자체가 웃겨요. 좋아하는 영화를 리스트로 나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거지 그걸 가지고 '어떻게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순위를 붙이나요'라고 되묻는 사람들, 나도 그들 중 하나였고 이해하지만 이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 가능성은 단지 말하는 자의 재량에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니까)를 아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딱 한 명 존재한다
내가 그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도 같이 말해버렸다
솔직히, 나는 그를 정말 몇 년만에 보았고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고
단지 10년 연상의 인생 선배로서 만나는 그런 관계였다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생각들을 한, 그리고 할 수 있는 그가 너무나도
정말 진심으로 너무나도 부러웠고
그런 동경심에서 나온 말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말한 것을 후회한다
그 당시 나는 취해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제 정신에서,
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얼떨결에 나와버렸다
그는 정말 아무 의미 없이 받아 들였겠지만,
나는 마치 사랑(나는 그것을 알지도 못 할 뿐 아니라, 거의 믿지도 않지만) 고백을 하듯,
아니면 내가 과거에 한 나쁜 짓을 말하듯,
나는 그런 감정들이 교차하는 그런 마음으로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이런 어려운 말을 꺼내준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었는지,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나의 그런 말들이 멋지다는 칭찬도 해주었고
그리고 나와 연락을 끊었다(끊은 것인지, 끊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이런, 남들은 쉽게 하는 말들을 어렵게 여기는지
나의 생각을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인데
나는 왜 항상 거짓말하고 도망치는 것인지
그래서 한 달 가량 계속 생각해보았는데
그다지 멋진 결론은 아니지만,
난 그 영화를 그 만큼 좋아하고 그 감정들이 소모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두려워요
내가 느낀 그 감정들에 너무나도 익숙해질까봐서
흠 그렇다면 난 그 영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영화를 보고 느낀, 자아낸 그러한 감정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오우 끔찍한걸.
감정의 노예가 된 것 같아요.
감정의 노예
지낙2006-03-19 04:40조회 347추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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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까이유2006-03-19 09:24
지낙양 보고싶다 :)
muse2006-03-19 12:00
참 웃기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종종 붙이는 '가장'이라는 말은
세월이 지나서 내 맘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나와버리면
그쪽으로 옮겨가는게 어쩔수 없는 이치
그래도 나는 지금에 만족할렵니다
세월이 지나서 내 맘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나와버리면
그쪽으로 옮겨가는게 어쩔수 없는 이치
그래도 나는 지금에 만족할렵니다
☻2006-03-19 13:18
나는 지낙양이 남이 비웃을거라 전제하고 비웃을 사람을 먼저 비웃어주는게 재밌네요.
apple2006-03-19 13:50
왜 브리트니의 노래가 생각날까
Radiohead2006-03-20 15:50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리도 부끄러워 하는 걸까; 낭만자객 같은 영화만 아니라면 말해도 괜찮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