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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

담요2006-03-20 16:07조회 372추천 20
하루 종일 방구석을 뒹굴다가 방을 청소하겠노라 마음 먹었다.
제일 먼저 뭘 해야될까, 방구석을 뒹굴며 생각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버리는게 우선이라고.
그리고는 눈에 띄는 것 부터 시작,
방에 있는 모든 서랍을 열어 버릴 것들을 구분했다.
대부분은 책이었다.
전에 학교 다닐 때 보던 디자인 관련 잡지들과 서적,
전에 만화 그린답시고 만화 학원 다닐 때 사모았던 잡지들,
기타 등등의 책들을 쌓아 놓고 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만화 잡지들은 조금 아까웠지만,
어차피 쌓아놓고 산다고 꺼내 볼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 외에 잡동사니들은 쓰레기 봉투에 담았는데,
대부분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모를 것들이었으나,
간혹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 것들을 다 부둥켜안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앞으로도 얼마든지 많은, 감당 못 할 추억들이 쌓일테니까.
내 작은 방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많은 물건들을 치우다 보니
금새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이 것으로 끝-이라고 선포한 후
살아남은 잡동사니들을 다시 구석구석 쑤셔넣었다.
전화를 하고, 약속을 정하고, 담배를 피려는데- 라이타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리 도중에 찾아낸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매치박스 트웬티>의 앨범을 샀을 때 함께 왔던,
그들의 모습이 프린트 된 성냥.
끼워서 주는 것들이 항상 그러하듯이,
첨단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도 아닌 성냥 주제에 영 시원치 않았지만, 어쨌든.
약간의 알콜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 앞에 쌓아두었던 나의 책들이 깔끔하게 부재중인 현장을 목격했다.
별로 섭섭한 감정은 없다.
별로 시원할 뿐이다.
거의 다 버렸다고는 생각하지만,
내일 다시 정리를 시작하면 또 한가득 버릴 것들이 나오겠지.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또 버리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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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채소나무2006-03-21 07:48
저라면 섭섭해서 절대 못버릴꺼예요..
Tabitha2006-03-21 08:10
매치박스... 트웬티........ T^T.... 뢉 토마스 목소리가 그립구요..